대낮에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패스트푸드 음식점 앞에 서 있던 6세 아동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에 참석한 유족들은 엄벌을 요청했다.

지난 9월 6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햄버거 가게 앞에서 소형 SUV가 들이받아 전봇대가 쓰러져있다. 이 전봇대에 부딪힌 6세 남자 아이는 병원에 실려갔으나 끝내 숨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 권경선 판사는 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위험운전 치사⋅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50대 남성 김모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피해 아동의 아버지 등 유족들도 참석했다.

김씨는 지난 9월 6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술에 취해 SUV를 몰다가 인도에 있던 가로등을 들이받아 쓰러뜨렸다.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 앞에서 햄버거를 사러 들어간 엄마를 기다리던 A(6)군은 쓰러지는 가로등에 부딪혀 숨졌다.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4%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9월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운전자를 더 무겁게 처벌하는 ‘윤창호법’을 적용해 김씨를 구속했다.

이날 재판에서 김씨는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 도중 사고 순간이 담긴 CCTV 영상이 재생되자 법정에 있던 유족 중 일부는 “거짓말이야”라고 외치며 오열했다. A군의 아버지는 이날 재판에서 “사고 당시 동생과 함께 있었던 큰아이가 동생에게 미안해하고 자책하고 있다. 준비된 이별이 아닌 갑작스런 이별로 첫째 아이와 가족의 삶, 모두 상상할 수 없는 비극에 처해졌다”며 재판부에 엄벌을 호소했다.

이어 A군의 아버지는 “기존 판결과 다르지 않다면 첫째 아이가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게 될 것”이라며 “반성한다는 이유로 관대한 처분을 내리거나 용서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무거운 처벌이 나오지 않는다면 음주사고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검찰 구형보다 강력한 처벌을 내려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달라”고도 했다.

유족들은 재판을 마치고 나와 “사고 당시 첫째 아이는 차도를 바라보고 있어서 피했는데, 얼마 전에 엄마에게 ‘나만 피하고 동생을 못 지켜줘서 미안해’라고 말했다”며 “어린 아이가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혼자 자책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9살 아이가 보는 세상은 정의롭고 공정해야 하지 않겠나. 감형돼 (첫째 아이가)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면 안 된다”면서 “아이에게 정의와 공정이 무엇인지 보여달라”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3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