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6일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크게 공로(기여)한 분이 김어준씨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라고 했다. 김씨는 지난 2018년 2월 방송에서 네이버 댓글 등에 붙는 ‘공감수’ 등이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네이버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같은해 1월 말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건을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 장관이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경수-김어준-추미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그쪽 사람들(친문 세력) 얘기가 하나같이 김경수씨는 ‘착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런 사람이 왜 쓸데 없는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어차피 (지난 대선의) 대세는 문재인이었고 굳이 무리할 필요 없었는데. 아마 문재인의 당선에 자기도 기여하고 싶었나 보다. 숟가락 얹으려다 벌어진 사고”라고 했다.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김 지사는 지난 대선에서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으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데 이어 김 지사는 6일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드루킹 일당이 2016년 피고인(김경수)에게 킹크랩에 대해 브리핑했다는 사실이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선출직 공무원은 업무방해 등 일반 형사사건으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당선 무효가 된다. 대법원 등 상급심에서 결과가 바뀌지 않으면 김 지사는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진 전 교수는 이어 “그(김경수)가 형을 받는 데 크게 공로한 분이 두 명 있다”며 “한 명은 방송까지 동원해 의혹을 제기한 김어준씨, 다른 한 분은 추미애 장관”이라고 했다. 그는 “김어준의 음모론적 상상이 가끔은 현실로 밝혀지기도 한다”며 “추미애 장관은 당시 민주당 대표였는데 김어준의 음모론적 상상을 가볍게 웃어 넘겼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이 분도 평소 음모론을 굉장히 신뢰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김어준 말 믿고 수사를 의뢰했다가 이 사달이 났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민주당 사람들은 목적이 정당하다면 수단은 아무래도 좋다고 믿는다”며 “비도덕적이거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승리에 기여한 ‘공’을 오히려 높이 쳐주는 분위기가 있다. (이 사건도) 그런 분위기가 낳은 사고”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 나라 대통령은 유시민, 김어준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종종 김어준의 방송에 기초해서 질의를 한다”며 “그(김어준)가 깔아주는 프레임 위에서 노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그의 워딩까지도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한심한 일”이라 비판했다.
김 지사는 “즉각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진 전 교수는 “대법원 판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선거법 위반'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 타당했는지 다시 따져보겠지만 시연을 봤다는 것은 확인이 됐으니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김어준 “여론조작은 불법”, 추미애 “포털에 책임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씨는 지난 2018년 1월 25일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평창올림픽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논란을 다루며 네이버에 올라온 기사 댓글에 매크로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같은해 2월 2일 방송에서는 매크로 조작 시연이 전파를 탄다. 김씨는 “어떨 때는 경제적 이익, 어떨 때는 정치적 목적으로, 실재하지 않는 사람이죠. 기계가 하는 거니까. 실재하지 않는 여론을 프로그램을 통해 불법적으로 가공하는 것”이라며 “그런 다음에 여론을 몰아가는 것이다. 여론조작. 이건 불법이다”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그해 1월 31일 ‘네이버 댓글 조작 의혹’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수사의뢰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댓글조작·가짜뉴스 법률대책단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네이버에 기사가 게재되는 즉시 명령체계를 통해 일사불란하게 악성 댓글을 등록해 조작하는 방식이 국가정보원 댓글 부대와 매우 흡사하다”며 “수사를 통해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보다 앞선 그해 1월 17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 장관은 “가짜뉴스와 인신공격, 욕설 등이 (포털사이트에) 난무하고 있다”며 “이를 간과하고 있는 포털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후 경찰의 수사가 진행됐고, 같은해 4월 ‘드루킹’ 김동원씨 등이 구속됐다. 이들과 연결된 친문(親文) 핵심 인사가 김 지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수사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맡았고, 김 지사는 1심에서 공직선거법과 업무방해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