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신문 최초로 창간 100년을 맞은 조선일보가 제작한 ‘조선일보 100주년 타임캡슐’ 봉인식이 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사 잔디마당에서 열렸다. 사회 각계 오피니언 리더와 독자들이 보내온 각종 물품과 메시지, 2020년 현재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첨단 기술 제품과 디지털 파일, 조선일보 100주년 관련 기록물 등 550여 점이 타임캡슐에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 국민과 함께했던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증거”라며 자신이 사용했던 코로나 마스크 4장과 의료진을 격려하는 의미의 ‘덕분에’ 배지를 타임캡슐에 담았다. 독자 대표로 봉인식에 참석한 김세나(11)양은 “50년 뒤 나이가 들어 오늘 넣은 비밀 편지를 읽으면 감동해서 울 것 같다"고 말했다. 타임캡슐은 조선일보 창간 150주년이 되는 2070년 3월 5일 개봉한다.
초선 의원의 다짐, 서른살 청년의 꿈… 2020년의 나를 2070년 만납니다
지난 두 달여간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조선일보 100주년 타임캡슐 봉인 참여 신청이 쇄도했다.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마스크부터 초등학생의 편지까지 50년 후 미래에 대한 희망과 예측, 개인적 추억과 성취가 담긴 물품·사진·동영상 등 550여 점이 타임캡슐에 담겼다.
5일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타임캡슐 봉인식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 최불암 배우, 백건우 피아니스트, 나윤선 재즈 보컬리스트, ‘미스터트롯’ 임영웅·정동원, 강릉고 야구 선수 김진욱 등이 참석했다. 독자 대표로는 사진작가 백상현, 연기자 문기배, 초등학생 김세나양이 초청받았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세상을 변혁하겠다며 평생 노동운동을 한 제가 초청받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면서 올해 노사정 협약 과정을 담은 책자를 넣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진보 정치인의 초심을 지키겠다”며 ‘출마의 변’ 등 동영상 파일 3개를 봉인했다. 원희룡 지사는 ‘청정 제주’ 선언문을, 백건우 피아니스트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을 담았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50년 뒤엔 남과 북이 함께하고, 여야 경계 없는 국회를 꿈꾼다”며 국회법 소책자와 세종 의사당 TF 추진 계획안 등을 담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70년을 살아가는 국민께 쓰는 편지에 “통일 한국이 ‘성숙한 민주정치’와 ‘함께 사는 경제’의 중심지가 되어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적었다. 박관용·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수장품을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역구 주민들의 고충을 메모한 수첩,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회법 일부 개정안, 박용진 의원은 유치원 3법 통과를 보도한 조선일보 1면 기사 파일을 넣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동영상, 배현진 의원은 선거운동 때 신은 운동화, 김미애 의원은 딸의 ‘그림 편지’, 태영호 의원은 “2070년엔 통일이 돼 탈북민과 실향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동영상 파일을 담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정세현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 부의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등도 수장품을 넣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직접 사인한 ‘갤럭시Z 폴드2’ 스마트폰에 조선일보 창간 100년 축하 메시지 등을 담아 봉인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가족사진과 ‘예언’이란 뜻의 전기차 ‘프로페시’ 미니어처를 보냈고, 최태원 SK 회장은 미래 세대의 행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새긴 동판과 저서를 넣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등도 참여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은 농협이 개발한 ‘해들’ 품종 쌀알을 넣었고, 씨젠은 코로나 진단 키트를 담아 눈길을 끌었다.
BTS(방탄소년단)는 사인 CD와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를 타임캡슐에 넣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50년 뒤 젊은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은 조선일보와 함께 작업한 ‘말모이 사전’,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은 음반, 양진석 건축가는 딸과 함께 그린 그림, 산악인 엄홍길은 머플러 등을 담았다. 박찬호는 LA다저스 시절 모자를 넣었고,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조원태 한국배구연맹 총재, 야구 선수 김광현·강백호 등도 수장품을 담았다.
신동욱 TV조선 앵커는 50년 뒤 시청자에게 보내는 영상을 봉인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50년 후에도 조선일보는 진실 보도라는 저널리즘의 가치에 충실한 정론지로 우뚝 서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영웅·정동원 수장품은…]
“미스터트롯 CD 넣었죠, 미래인들 주려고요”
5일 조선일보 100주년 타임캡슐 봉인식에 참석한 ‘미스터트롯’ 임영웅과 정동원은 “2020년은 정말 잊지 못할 한 해”라면서 “올해의 즐겁고 감사한 기억을 50년 후까지 간직하려면 어떤 물건을 넣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임영웅은 직접 사인한 미스터트롯 준결승과 결승 CD를 2개씩 넣었다. 그는 “하나는 50년 뒤 나에게, 다른 하나는 미래 사람들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CD에 ‘영웅 형님, 건강하시죠? 앞으로도 멋진 목소리 많이 들려주세요’라고 썼다.
정동원은 작년에 낸 ‘효도합시다’ 앨범에 자신의 사인과 함께 ’64세 정동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었다. ’50년 뒤에 내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네. 지금의 나는 훌륭한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 있기를'이라고 적었다. 그는 “2070년에는 나훈아 선배님 같은 가수가 돼 있었으면 좋겠다”며 “미스터트롯에 처음 출연했을 때의 초심을 잃지 말자는 다짐으로 미래의 나에게 짧은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