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이 방송에서 지난주 김경수 경남지사의 2심 실형 선고 판결에 대한 개인적 불만을 쏟아냈다. “이상한 판결” “앞 뒤가 맞지 않는다” 등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김어준 주장은 대부분 법정에서 재판부에 의해 반박당한 김 지사 측의 주장이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어준의 회당 출연료가 200만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TBS 홈페이지 2020.10.24

김어준은 9일 라디오 TBS의 ‘김어준의 뉴스공장’를 시작하면서 김 지사의 2심 판결에 대해 “(앞서) 정치적 판결이 우려된다고 했었는데” “판결이 희한하게” “정치적 판결이 있을 수 있는 우려가 있었다. 근데 이상한 판결이라고 저는 본다”고 발언했다.

이어진 4부에서 변호사 2명과 아주경제 소속 장용진씨 등 3명과 함께 김 지사의 2심 판결을 주제로 방송을 진행하면서 이미 재판부에 의해 논파된 이른바 ‘닭갈비’ 주장을 다시 꺼내들었다.

김 지사는 지난 6일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기사에 문재인 대선 후보와 민주당에 유리한 댓글 118만8000개를 상단에 노출되도록 ‘댓글 조작’을 벌였다는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드루킹 일당은 이를 위해 ‘킹크랩’이라는 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김 지사는 이 프로그램 사용을 묵인·지시했다는 것이다.

김어준은 김 지사 측이 제출한 ‘닭갈비 영수증’을 재판부가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재판 핵심 쟁점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드루킹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킹크랩’(댓글 조작 프로그램) 시연(試演)을 봤느냐는 것이었다. 김씨는 “김 지사가 시연회를 하는 장소에 도착하고 떠난 시간이 특정됐고, 김 지사가 그곳에서 드루킹 일당과 함께 포장해온 닭갈비를 먹었다는 사실이 영수증을 통해 입증됐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시연할 시간은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김 지사 수행비서에 따르면 당일 김 지사는 오후 7시 시연회장에 도착했고, 9시 14분에 떠났다.

그러나 김씨는 항소심 재판부가 시연의 결정적 증거로 인정한 아이디 접속 기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지사 방문 당일)오후 8시 7분부터 16분간 ‘댓글조작 아이디’의 접속 기록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연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미 ‘닭갈비 영수증’에 대한 논리적 허점도 재판 과정에서 지적됐다. 함상훈 재판장은 재판 때 ‘(닭갈비를)포장해갔다 해서 김 지사가 같이 식사했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김 지사 측은 ‘연결되는 건 아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김 지사 측도 인정한 사실을 이유로 재판부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날 김어준이 “포털사이트 업무 방해는 최고형이 벌금”이라고 한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김어준은 “검색어 조작 죄가 그렇게 무겁느냐”며 “네이버가 사실 무슨 피해를 봤겠느냐” “몇백만원?”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포털사이트 업무 방해로 실형을 받은 판결은 다수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5월 네이버의 연관검색어 순위를 조작한 PC방 관리프로그램 개발업체 대표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018년에는 프로게이머 출신 검색어 조작업체 대표가 같은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

김어준이 언급한 수치도 사실이 아니었다. 방송 도중 김어준은 “(드루킹 댓글 조작 중)전체 내용 절반 가까이 정도는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었다”며 “공모하고 지시했는데 왜 이게 나왔냐”고 했다. 재판부는 드루킹 측이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쓴 댓글은 전체 댓글 수의 약 25%라고 인정했다. 특검은 0.67%에 불과하다 주장했고, 김 지사 측 마저도 30%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출연진이 “절반 가까이는 아니다”라고 지적하자, 김어준은 “40% 정도, 그냥 절반 가까이라고 한 것”이라며 웃었다.

김어준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서도 “트럼프 덕분에 대통령이 된 운 좋은 대통령”이라고 평했다. “의원만 36년을 했고, 부통령으로 끝나는 경력”이라며 “나쁜말로는 무색무취”라고 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지난 8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청취자를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서 ‘중립성’ 54점을 받았다. 87점인 ‘김현정의 뉴스쇼’, 84점을 받은 ‘김종배의 시선집중’보다 30점 이상 뒤처진 것이다.

2018년 이후 단일 프로그램으로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의 법정 제재를 가장 많이 받은 방송이기도 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2018년 이후 방통위 법정제재를 6차례 받았다. 이는 같은 기간 지상파와 종편채널의 시사, 교양, 예능, 드라마를 통틀어 단일 프로그램으로서는 가장 많은 수치다. 특히 이 6차례 법정제재 사유는 모두 ‘객관성 위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