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이던 지난달 1일 EBS의 입양가족 특집 다큐멘터리에 장모(33)씨 가족이 출연했다. 친딸이 있음에도 올 초 생후 6개월 된 A양을 입양한 가족이었다. 엄마 장씨는 방송에서 A양에게 양초 한 개가 꽂힌 케이크를 내밀며 “축하해! 건강해!”라고 말했다. 화면 속 A양 이마에는 빨대 굵기만 한 시커먼 멍자국이 있었다.
방송이 나간 날로부터 12일째 되던 날 아침, 장씨 아파트에서 육중한 물체가 바닥에 떨어지는 ‘쿵’ 소리가 네댓 번 들렸다. 이웃 주민이 찾아가 항의하자 장씨는 현관문을 살짝 열고 사과했다. 그러곤 어린이집에 전화해 ‘A양이 병원에 가야 해 등원하지 못한다’고 알렸다. 그러면서도 출근한 남편에겐 휴대전화로 ‘병원에 (A양을) 데려가?’ ‘형식적으로’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장씨는 친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온 뒤에야 A양을 안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단지 내 CCTV에 잡힌 A양은 이미 의식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A양은 이미 심장이 멎어있었고, 약 8시간 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 장씨는 의료진에게 “오늘 아침까지도 멀쩡했다”며 자신의 휴대전화에 담긴 동영상을 보여줬다. 영상 속 A양은 “빨리와, 빨리”라는 장씨의 재촉에 겁먹은 표정으로 울먹이며 걸어오는 모습이었다.
서울양천경찰서는 9일 이러한 수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와 함께 장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장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아동학대치사. 발 또는 무거운 물체로 A양의 등을 내리찍어 장 파열로 숨지게 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직접 사인(死因)인 장파열 외에도 A양의 머리뼈와 갈비뼈, 쇄골, 다리뼈 등 곳곳이 부러져 있거나 부러졌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경찰 수사 결과, 장씨는 “친딸에게 여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유로 A양을 입양했다. 그래놓고 1개월 만에 학대를 시작했다. 경찰이 확인한 방임 횟수만 16회. 가족 외식을 나가 A양만 지하주차장에 내버려두는 등 집·차 안에 몇 시간씩 방치하는 식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등 여러 부분을 종합적으로 수사한 결과, 엄마 쪽이 학대에 더 책임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경찰은 “남편은 방임 사건의 공범이지만 낮 시간대 주로 직장에 있었다. 폭행 가담 여부는 계속 수사 중”이라며 “상대적으로 혐의가 가볍다”고 했다. 장씨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는 서울 남부지법에서 11일 오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