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일침을 가했다가 여권 지지자들에 욕설과 항의 문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추 장관이 14일 “우리는 민주당 동지”라며 “흔들리지 않고 이루어지는 개혁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추 장관은 그러면서 법무부와 대검의 특별활동비 문제를 거론하며 “대검 눈에 박힌 대들보는 놔두고 법무부 눈엣가시를 찾겠다고 혈안이 됐다" "우리 국회가 시정해야 할 문제도 부정할 수 없다”고 화살을 윤석열 검찰총장과 야당에 돌리기도 했다. 추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내용의 글을 적어 올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정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추 장관이 특활비 관련 야당 의원 질의가 끝나기도 전에 답변에 나서는 등 계속해 설전을 벌이자 “장관님 정도껏 하십시오. 좀”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정 의원은 여권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욕설·항의 문자 폭탄에 시달렸다고 한다. 정 의원은 이튿날인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체회의에서)내년도 예산의 0.1%도 안 되고 예결위 전체 질의의 1%도 안 되는 특활비(특수활동비) 논쟁만 부각됐다”며 “민생 예산이 어떻게 논의되었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고 모른다”고 적었다.

추미애 장관과 대화하는 정성호 위원장/조선DB

이에 추 장관은 이날 ‘친애하는 정성호 동지에게’란 제목의 글을 올려 “우리는 함께 하기로 한 민주당 동지"라며 "이 길의 끝에 이르기까지 서로 의심하지 말고 손 놓지 말자고 제가 당 대표로서 동지들께 정권 출범 초에 드렸던 말씀”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일이 야기된 근본적 이유는 국회 탓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국회 활동을 경험하고 국무위원으로 자리가 바뀐 입장에서 볼 때 우리 국회가 시정해야 할 문제도 부정할 수 없다”며 "공개된 회의에서의 질의나 토론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장관에게 고성으로 반복된 질문을 퍼부으며 답변 기회를 주지 않고 윽박지르고 모욕을 주는 것을 바꾸지 않으면 심한 자괴감도 들고,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도 불편함과 정치혐오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국회를 비판하며 법무부와 대검의 특활비 문제를 꺼냈다. 그는 “특활비 몇십억을 감독기관에 사후 보고조차 없이 쌈짓돈으로 쓸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미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며 “법사위원들이 대검에 가서 문서검증을 했지만 자료를 제대로 확인조차 못 한 채 돌아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법무부 국장이 오십만원씩 나눠 가졌다는데 밝히라고 담당국장을 세워놓고 11번이나 추궁하고 아니라고 하는데도 언론에 의혹 제보라며 알렸다”며 “아무리 검찰총장과 대검을 감싸주고 싶은 야당이라 한들 지나치다. 대검 눈에 박힌 대들보는 놔두고 법무부 눈엣가시를 찾겠다고 혈안이 됐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장관/이덕훈 기자

지난 9일 법사위원들이 법무부와 대검의 특활비를 점검한 후, 검찰로 가야 할 특수활동비 중 매년 10억원 이상이 법무부로 흘러들어 간 사실이 확인됐다. 올해 대검에 배정된 특수활동비 93억원 가운데 10억3000만원을 법무부 검찰국이 가져갔다는 것이다. 매년 그 정도의 돈이 흘러갔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지침을 보면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라고 규정돼 있다. 특활비 논란은 추 장관이 국회에서 “검찰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한다”고 해 불거졌지만, 오히려 수사와 관계없는 법무부가 검찰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추 장관은 이런 상황에도 “근거 없이 그저 썼어요? 안 썼어요?” 하면서 범죄인 다루듯 추궁하는 반복 질의가 바람직한 예산심사였는지 아니면 그저 장관에 대한 공격이고 정쟁이었는지는 판단에 맡기겠다"며 “이 때문에 정작 짚어야 할 대검 특활비 문제는 물타기가 되어 덮어져 버렸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노라'고 도종환 시인(현 민주당 의원)께서 말씀하셨듯 흔들리지 않고 이루어지는 개혁이 어디 있겠나”라며 “그 길에 우리는 함께 하기로 한 민주당 동지다. 서로 오해가 있을 수는 있으나 모두가 개혁을 염원하는 간절함으로 인한 것이라 여기시고 너그러이 받아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