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옛 대통령 별장이었던 충북 청주 청남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 목을 훼손하다 붙잡힌 50대가 구속됐다.
청주지방법원은 지난 21일 오후 공용물건 손상 혐의를 받는 A(50)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 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22일 밝혔다. 청주지법 김환권 판사는 “재범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 청주 상당경찰서는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19일 오전 10시 20분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 안에 세워진 전 전 대통령 동상의 목 부위를 쇠톱으로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청동으로 된 전 전 대통령 동상은 목 부위 3분의 2가량이 잘렸지만 절단되지는 않았다.
A씨는 지난 19일 오전 관광객으로 청남대에 입장했다. 그는 미리 준비한 공구로 방범카메라 분전함을 둘러싼 철조망의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가 전원을 내린 후 쇠톱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장면을 목격한 관광객이 청남대 관리사업소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전화를 받고 출동한 관리사업소 직원이 현장에서 그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현장에서 그를 발견한 청남대 관리사업소 한 관계자는 “그를 붙잡았을 때 가지고 있던 가방 안에는 쇠톱과 스패너, 드릴 등 각종 공구가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경기지역 5·18 관련 단체 회원이라고 밝힌 A씨는 경찰에서 “충북도가 동상을 철거하지 않고 존치하기로 했다는 기자회견을 보고 화가 나서 범행을 계획했다”며 “동상 목을 잘라 그가 사는 연희동 집에 던지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남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83년 조성된 뒤 역대 대통령 별장으로 쓰였다. 이 별장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관리권을 충북도에 넘기면서 민간에 개방됐다. 충북도는 청남대 관광활성화 목적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르는 전직 대통령 10명의 동상을 세웠다.
충북 5·18 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는 지난 5월 “국민 휴양지에 군사 반란자, 범법자의 동상을 두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를 요구했다. 이후 충북도가 동상 철거 방침을 세우자 이를 찬성하는 단체와 반대하는 단체가 대립각을 세우며 6개월이 넘도록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고심하던 충북도는 최근 동상을 존치하는 대신 두 사람이 법의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해 5·18 관련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5·18 관련 단체는 A씨가 구속되기 전 청주지검 앞에서 A씨의 석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