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외동딸을 잃은 대만인 부모가 ‘한국의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고 25일 대만 언론이 보도했다.

지난 6일 서울 집으로 돌아가던 중 횡단보도에서 음주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대만인 쩡이린(曾以琳·왼쪽) 생전 모습. 오른쪽에는 그의 아버지 쩡칭후이(曾慶暉)가 앉아있다. /연합보

연합보(聯合報), 민시신문망(民視新聞網)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국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曾以琳·28)의 아버지 쩡칭후이(曾慶暉)씨는 지난 23일 딸의 한국인 친구 도움으로 딸 이야기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횡단보도 보행 중 음주운전자의 사고로 28살 청년이 사망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는 25일 오후 4시 5만687명이 동의했다.

앞서 신학 박사과정을 이수 중이던 쩡이린은 지난 6일 서울에서 교수를 만난 후 귀갓길 횡단보도에서 음주 운전자의 차량에 치인 뒤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숨졌다. 딸의 사고 소식을 접한 쩡씨는 한국에 도착해서야 음주운전자의 신호위반으로 자신의 외동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쩡씨는 대만 위생복리부 산하 자이(嘉義) 병원의 마취과 의사다.

딸의 시신을 화장해 대만에 돌아온 쩡씨 부부는 “이렇게 이기적인 범인은 딸의 생명과 우리의 희망을 앗아갔다”며 “더는 딸의 예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인은 “2020년 11월 6일 저녁 28살의 젊고 유망한 청년이 횡단보도와 초록색 신호에 맞춰 길을 건너던 도중,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손써볼 겨를도 없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고 적었다. 이어 “제 절친한 친구이자 이웃이었던 그녀는 한국에 온지 5년 돼가는 외국인 친구였고 그 누구보다 본인의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학생이었다”고 했다.

청원인은 “그랬던 친구가 만취한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여느 젊은 청년이 누릴 수 있었던 앞으로의 수많은 기회와 꿈을 강제로 박탈당하였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면서 “코로나 사태로 짧게 한국에 방문한 친구의 부모님이 들었던 건 ‘사연은 안타깝지만 가해자가 음주인 상태에선 오히려 처벌이 경감될 수 있다’는 말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음주운전은 예비 살인 행위이며 다른 범죄보다 더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하늘나라로 가버린 제 친구는 다시 돌아올 수 없지만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끔찍한 음주운전 사고에 단 한 명이라도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음주운전 관련 범죄에 대해 더욱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기를 촉구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