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값 폭등이 부부간 살인을 불렀다. 아파트 매입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를 놓고 아내와 다투던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부부의 여섯 살 딸만 홀로 남았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쯤 서울 양천구 목동 한 아파트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과 구급대가 도착했을 당시 A(37)씨가 아파트 단지 바닥에 쓰러져 숨져 있었다. 아파트 11층 A씨 집 안에서는 그의 아내가 의식을 잃은 채 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내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내 숨을 거뒀다. 경찰은 A씨가 아내를 흉기로 찌른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 진술에 따르면, 사건 당시 부부는 아파트 매입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를 두고 크게 다투던 중이었고, 그 소리가 이웃집까지 들릴 정도였다. 이웃 주민은 “싸우는 소리에 잠에서 깨 시계를 봤더니 새벽 1시였다”고 했다.
부부는 목동 27평 아파트에 4년 가까이 세 들어 살고 있었다. 이들이 집 주인에게 맡긴 전세 보증금은 4억원 수준. 주변 전세 시세는 ‘임대차3법’ 이후 7억원까지 치솟은 상태였지만, 부부에겐 같은 법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이 주어졌고, 전셋집 외에 경기도에 자신들 명의 아파트도 한 채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유가족과 이웃 등에 따르면, 부부는 현 거주지인 목동에서 지금보다 넓은 아파트를 구입해 이사 가고 싶어했다. 부부의 유가족도 “딸아이 교육 때문에 어떻게든 목동에서 계속 머물고 싶어했다”고 경찰에서 말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있었다. 부부가 사고 싶어했던 ‘목동 더 넓은 아파트'의 시세는 34평짜리 기준으로 그들이 처음 목동에 왔던 2017년 상반기 실거래 가격이 약 10억~11억원이었지만, 지금은 네이버에 올라온 최저가(最低價) 매물이 20억원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가 둘 다 전문직 종사자여서 경제적 형편이 어렵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아파트 매입 자금 마련 문제로 부부가 갈등을 빚었다는 취지의 가족 진술이 있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가족을 포함해 주변인들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