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4일 오전 민주노총이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에서 집회를 예고하자 경찰이 경찰 버스와 병력을 동원해 국회 인근 여의도 일대를 봉쇄하고 있다. 조합원 관계자들이 경찰 벽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씨X, 어디서 완장질이냐. 노동자한테 적당히 해라!”

4일 오후 2시쯤, 경찰관들이 서울 여의도공원 내 ‘문화의 마당’에서 100여명 규모 집회를 열던 민노총 조합원들에게 해산을 명령하며 다가서자 노조원들은 이렇게 욕설을 퍼부었다. 경찰을 향해 “코로나 옮을까 겁나니까 거리 두기 해라” “이 정도로 할 때 놔둬라” 같은 적반하장식 고함도 질렀다. 이런 장면은 이날 여의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서울 지역에서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치(295명)를 기록한 날이었다.

민노총이 4일 방역 당국과 경찰의 거듭된 집회 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여의도 일대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를 요구하며 560여명 규모(경찰 추산) 집회를 열었다. 지방에서 전세버스까지 대절해 올라왔다.

이날 민노총 여의도 집회는 방역 당국의 ‘삼중(三重) 금지'를 모두 위반한 것이다. 우선 국회 앞 의사당대로 등은 코로나 사태 초기인 올해 2월부터 어떤 종류의 집회도 금지되는 ‘집회 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여기에 서울시가 지난달 24일 ’거리 두기 단계 강화'에 따라 시 전역에 ’10인 이상 집회 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특히 전날에는 민노총이 여의도 일대 23곳에 신고한 이날 집회를 특정해 한꺼번에 금지하는 명령까지 발동했다.

이에 따라 경찰도 경찰버스 400대로 국회 인근에 ‘차벽’을 세웠고, 여의도로 진입하는 주요 길목 9곳에서 검문 검색을 벌여, 버스 10대와 방송 차량 19대를 차단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민노총 조합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앞서 민노총은 이날 서울 여의도 일대 23곳에서 총 1030여명이 집회를 벌이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코로나 확산세를 우려해 여의도 집회를 전면 금지했으나 민노총 조합원들은 각자 플래카드를 들고 ‘1인 시위’라고 주장하며 집회를 강행했다. 또 100여명이 모여 함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코로나 바이러스 신규 확진자는 629명에 달했다. /오종찬 기자

그래도 민노총은 기어이 집회를 열었다. 경찰이 제지하자 조롱하고, 때리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경찰관들이 지하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인근에서 현수막을 들고 서 있는 노조원 19명에게 해산을 요구했다. 그러자 노조원 중 1명이 “경찰에게 야유, 하나 둘 셋!”이라고 외쳤고, 19명 모두가 경찰을 향해 “우~”라고 야유했다.

민노 조합원들은 현장을 촬영하는 경찰관에겐 “국민 초상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통행을 막아선 경찰관에겐 “선량한 시민이 지나가는 거 막는 게 방역 통제야?”라고 했다.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오전 여의도공원 인근 산업은행 앞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시위 참가자 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집회로 출근 시간대 여의도 일대와 강변북로 등 주요 도로가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여의도 국회에서 근무하는 한 비서관은 “당산역에서 국회까지 평소 5분이면 가던 출근길이 오늘은 45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강변북로를 통해 광화문까지 운전했던 한 시민은 “평소 1시간 거리가 오늘은 2시간 30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여의도 일대에서 발생한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민노총의) 불법행위에 대해선 즉시 내사에 착수, 채증 자료를 분석해 엄정 사법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노총은 적반하장이었다. 이들은 이날 성명문에서 “민노총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의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차분하게 대응해왔다”고 자평했다. 이어 “서울시는 소규모 집단감염의 속출 등 서울시의 방역 실패 책임을 민노총에 덧씌우려 하는가”라며 “왜 그 책임을 야외에서 삼삼오오 모여 현수막 들고 피켓 드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민노총에 덧씌우는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