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은 장관급, 검찰총장은 그 아래인 차관급’
현재 국회에 여당 발의로 계류 중인 법안 두 개가 동시에 통과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른바 ’검찰개혁'을 역설해온 여당 의원들이 제각각 법안을 발의한 결과다.
‘장관급 경찰청장’을 만드는 내용의 법안은 지난 6월 발의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13명이 참여했다. 제안 이유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책임이 커졌다”는 점과 “검찰과 균형을 이루고 상호 견제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현재 장관 대우를 받는 검찰총장을 차관급으로 끌어내리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은 같은 당 김용민 의원이 7월 대표발의했다. “검찰총장이 경찰청장보다 높은 지위를 인정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두 법안의 발의에 모두 참여했다.
두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한 정 의원과 김 의원은 ‘반(反)검찰’ 성향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최근 온라인에 올린 글로 ‘앵벌이’ 논란을 부른 점이다. 김 의원은 지난 10월 방송인 김어준씨가 만든 사이트 ‘딴지일보’ 게시판에 ’후원 부탁드린다'는 글을 쓰면서 ’검찰개혁'으로 운을 뗐다. “검찰의 악랄한 짓거리가 연일 터지고 있다”고 한 뒤, “실은 군자금이 부족해 저랑 의원실 보좌진들이 굶고 있다. 매일 김밥이 지겹다”며 “저에게 밥 한끼 사주시고 검찰 개혁 맡긴다 생각하시고 후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정 의원도 같은 달 페이스북에 고개를 숙인 자신의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려 “후원금 보내달라고 간절히 요청을 드렸는데 161분만 참여하시고 소식이 감감하다”며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썼다. “한푼 줍쇼”라고도 했다. 그러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두 의원의 글을 언급하며 “검찰 개혁의 다양한 용도” 중 “구걸”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17개 청(廳)급 행정기관 중에 검찰청을 제외한 경찰청·국세청 등 16개 청은 모두 기관장이 차관급이거나 차관급 예우를 받고 있다. 경찰청장도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공무원보수규정’ 등을 통해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다만 검찰총장은 수사·기소를 총괄하는 준(準)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독립성 보장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장관급 예우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청장이 장관급이 되면, 경찰공무원법상 경찰청장과 같은 계급에 해당하는 해양경찰청장을 비롯해 소방청장·국세청장 등 주요 ‘청장’들도 장관급 대우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경찰관들도 경찰청장을 검찰총장 위로 세우는 것은 “명분도 없고 현실성도 없다”는 반응이다. 한 총경급 경찰 간부는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명분으로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올려달라는 것인데, 바로 그 이유로 장관급 대우를 받고 있는 검찰총장을 내리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청 본청의 한 간부는 “(검찰총장을 차관급으로 만드는 법안은) 어차피 현실적인 내용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경찰의 위상 변화를 경찰청장의 직급에 반영하자는 논의는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엉뚱하게 검찰총장의 직급을 낮추자는 것은 (여당) 국회의원들이 진지한 논의보다 검찰과의 ‘감정 싸움’에 치중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