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하는 신종 코로나 백신은 우리나라가 처음 도입할 가능성이 높은 백신이다. 그런데 이 백신이 안전성과 효능, 신뢰 측면에서 암초를 만났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우리 정부가 현재까지 선구매 계약(1000만명분)을 체결한 유일한 백신이고, 원래 내년 2~3월 들여올 예정이었다. 우리나라만 아니라 전 세계 10여곳에 생산기지에서 내년까지 30억회분을 공급할 예정이어서 다른 나라들에서도 이 백신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감염병 백신 전문가인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무엇이 문제이고 앞으로 전망은 어떤지 알아보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논란은 무엇인가.
“이 백신이 효능과 안전성, 신뢰 면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효능의 경우 잘 알려진 것처럼 지난달 23일 3상 시험 중간 결과를 발표했는데, 백신의 평균 예방 효과가 70%였다고 했다. 그런데 백신 1차 투약량을 절반으로 줄이자 예방 효과가 90%로 증가했다고 추가로 밝혔다. 반면 1·2차 모두 정량을 투여했을 때 예방 효과는 62%로 떨어졌다. 그런데 아스트라제네카는 왜 투약량을 줄였을 때 효과가 증가했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큰 회사에서 어떻게 투약량 실수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안전성 이슈는 무엇인가.
“지난 9월 3상 과정에서 신경계 중증 이상반응이 나와 영국과 미국에서 임상을 중단한 적이 있다. 영국에서는 곧바로 임상을 재개했지만 미국에서는 7주 이상 재개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스트라제네카가 언론 설명회에서 지난 7월에도 2상에서 비슷한 이상반응이 있었다고 밝혔다. 2건의 중증 이상반응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스트라제네카는 이 이상반응이 백신과 무관하다는 증거를 FDA에 제출하지 못했다. 중증 반응에다 절반 용량 문제까지 겹쳐 ‘진짜 괜찮은거냐’는 의구심이 커진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을 공동 개발 중인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장은 “미 FDA가 백신 임상시험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겠다면 내년 중반까지는 백신 사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는데.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미국에서 하는 임상 시험에서 FDA가 요구하는 참가자(3만명)의 절반 정도밖에 모집하지 못했다. 이걸 다 채우더라도 전체 임상 참여자 절반 이상을 대상으로 2차 접종 후 2개월 이상 안전성을 관찰해야하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상당기간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미 FDA 승인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우리 식약처에서 (자체적으로) 승인을 담당할 것”이라고 했는데.
“미 FDA의 사용승인 전에 우리 식약처가 먼저 사용승인 여부를 결정해야할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미 식약처가 사전 검토(rolling review)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식약처는 미 FDA를 신뢰하기 때문에 FDA 승인 전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얘기대로 2~3월에 들여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 FDA가 승인하기 전에 영국이나 유럽에서 승인하면 어떤가.
“영국의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나 유럽의약품청(EMA)이 사용승인을 하면 우리 식약처가 운신의 폭을 넓힐 수는 있을 것 같다. 영국 MHRA는 자국 백신이기 때문에 승인을 서두를 수 있지만, 우리 식약처가 영국 승인을 바탕으로 (미FDA에 앞서) 사용 승인을 내주는 것에 고민이 많을 것이다.”
-다른 방안은 없나.
“아스트라제네카가 진행중인 다국가 3상 시험에 국내에서 1000명 정도를 참여시켜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승인을 내주는 방법이 있다. 요즘엔 우리나라도 확진자가 많으니 충분히 해볼만하다.”
-우리나라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먼저 확보할 가능성은.
“모더나의 경우 미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에서 돈을 대서 개발한 백신이라며 미국민이 다 맞을 때까지 해외 반출을 못하게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기 때문에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화이자도 원재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하고 선구매 물량이 많아 내년 상반기 중에 확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정부가 확보했다는 4400만분은 충분한가.
“전 국민인 5000만명 분을 확보해야한다. 선진국들은 인구의 2~5배가 맞을 수 있는 백신을 확보하는데 너무 적다. 진작 선구매를 했으면 덜 불안했을텐데 다급하게 하다보니까 여러 부분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다. 정부의 4400만명 확보 발표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앞으로도 안전하고 유효한 백신 접종까지는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대비를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