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여파로 올해 상반기 가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5349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고 16일 환경부가 밝혔다. 이달 들어 코로나 재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올해 총 폐기물 발생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폐기물이 갈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국 폐기물 매립장의 30%가량이 4년 내 사용 기한이 만료되는데, 전국 곳곳에서 불법 방치 폐기물은 수천t씩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플라스틱 제품의 전체 순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업은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잘되는 재질로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사용 후 분리 배출을 꼼꼼하게 하고, 정부는 폐기물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명 페트병’ ‘라벨 없는 페트병’ 등장

최근 기업들도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제품 도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음료·주류 업계가 초록색·갈색 등 유색 페트병을 투명 페트병으로 속속 바꾼 것이다. 재활용 과정에서 유색 페트병이 섞이면 폐페트의 질이 떨어져 의류·포장용기 등 고품질 재활용이 어려워진다. 한 해 동안 초록색 사이다 병, 막걸리 병 등이 모두 투명으로 바뀌었다.

이달부터는 라벨이 아예 없는 생수도 판매되기 시작했다. 라벨 없는 생수병은 접착제가 들어가지 않아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런 기업의 노력을 통해 페트병 출고량 중 무색 페트병이 2019년 78%에서 2020년 88%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유색 페트병은 2019년 18%에서 2020년 8%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폐플라스틱으로 옷, 가방 만들기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환경부는 화장품 회사 아모레퍼시픽, 의류업체 플리츠마마, 블랙야크 등과 협약을 맺고 국내에서 발생한 폐페트병으로 화장품 케이스, 가방, 기능성 의류 등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화장품 포장 용기의 경우 2L들이 생수병 3개로 900mL 보디 워시 용기 1개를 제작할 수 있다. 이번 시범 사업의 결과 전국에서 월평균 280t의 투명 페트병이 회수·재활용 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에는 폐비닐로 만든 인삼지주대가 상용화되기도 했다. 폐비닐은 2019년 기준 전체의 80%가량이 태워서 쓰는 ‘고형 연료’로 재활용될 정도로 물질 재활용률이 낮다. 인삼지주대는 그간 대부분 동남아시아로부터 연간 16만t의 목재를 들여와 사용했는데, 이를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발생 폐비닐을 사용함으로써 줄일 수 있는 수입 금액은 연 7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플라스틱으로 수소·메탄올 생산

앞으로는 폐플라스틱에서 친환경 에너지원을 뽑아내는 ‘화학적 재활용’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폐플라스틱을 분리·세척 후 잘게 잘라 플레이크(Flake)로 만들고, 이를 태워서 난방에 활용하거나, 녹여서 다소 질이 낮은 플라스틱·고무 제품 등을 만들어 재활용했다. 그런데 기술 개발을 통해 화학적 재활용이 가능하게 되면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수소나 메탄올을 만들 수 있다. 환경부는 올해 이런 청정 재생유 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에 예산 22억5000만원을 투입했다.

박상우(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장) 충남도립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화학적 재활용은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연구·개발되고 있는 분야로, 우리나라에서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