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변호사 신분이던 지난달 초순 택시에서 잠든 자신을 깨웠다는 이유로 택시 기사를 폭행해 경찰이 출동하는 사건이 벌어졌던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운전자 폭행’은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가중처벌 대상인 범죄이지만, 경찰은 ‘차가 멈춘 상태였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았다’며 이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초순 밤늦은 시각 경찰에 112 신고가 접수됐다. ‘서초동 A 아파트에서 술 취한 승객이 택시 기사에게 행패를 부린다’는 취지의 신고였다. 관할 서초파출소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해 택시 기사로부터 들은 진술은 “승객이 말한 목적지 아파트에 도착한 뒤, 술에 취해 자고 있던 승객을 깨우자 승객이 욕을 하면서 내 뒷덜미를 움켜쥐며 행패를 부렸다”는 것이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5조의 10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에는 특히 ‘운행 중'의 범주에 대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위하여 사용되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하차 등을 위하여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는 내용이 2015년 법 개정으로 추가됐다. 이 혐의에는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사건은 수사를 위해 관할 서초경찰서 형사4팀으로 인계됐다. 하지만 이튿날 택시 기사가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다. 이를 이유로 경찰은 이 사건을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로 처리했다. 내사 종결 사건은 검찰에 보고할 의무가 없기에 관할 검찰청에도 보고되지 않았다.
택시 기사에게 행패를 부렸다고 신고된 인물은 이용구 현 법무차관이었다. 사건 당시엔 법무부 법무실장에서 물러나 변호사로 있었다.
경찰은 “법대로 했다”는 입장이다. 서초경찰서 측은 “택시 기사가 ‘목적지에 도착해 술에 취한 승객을 깨우다 일어난 일’이라고 진술한 만큼 판례에 따라 단순 폭행 사건으로 판단했다”며 “단순 폭행은 반의사불벌죄”라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도 “당시 택시는 ‘운행 중’으로 볼 수 없다”며 “목적지에 도착해 택시 운행이 종료된 것이고, 그 후 깨우는 과정에서 폭행이 있었기 때문에 특가법 대상이 아닌 단순 폭행죄 처리 방침에 따랐다”고 했다.
하지만 형사부 출신 전직 고검장은 “일반인이 그랬더라면 절대 그렇게 처리할 수 없다”며 “법이 개정돼 ‘승하차를 위해 정차한 상태에서 벌어진 사건도 특가법 적용 대상’이라고 분명히 규정돼 있는데도 경찰이 입건조차 하지 않고 내사 종결 처리한 것은 사건을 그냥 덮은 것”이라고 했다.
본지는 이 차관 반론을 받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까지 남겼으나 그는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