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12월 22일 서울 신촌 일대의 가게가 썰렁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22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칼국수 집은 8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띄우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23일 0시부터 수도권에 시행되는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하루 앞두고, 4명씩만 앉을 수 있도록 테이블을 1~2m 간격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사장 강현옥(72)씨는 “8명이 오면 절반씩 따로 앉히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강씨 말처럼 손님을 받으면 ‘방역 지침’ 위반이다. 5명 이상의 손님은 원칙적으로 받지 말라는 게 서울시 지침이다. 기자가 지침을 설명하자, 강씨는 “손님들이 일행이 아닌 척하면 주인인 내가 어떻게 확인을 하느냐”며 “코로나 때문에 월세가 수개월째 밀려 있는데 차라리 문을 닫으라고 하지, 화병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어떻게 안 받나” 자영업자들 한숨

유례없는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하루 앞두고 수도권의 식당, 숙박업체 등 자영업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지침이 제대로 전파되지 않은 데다, 코로나로 생계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5명 이상 손님을 받지 말라’는 것이 비현실적이란 불만도 나온다. 서울 종로구의 한 백반집에서 일하는 박영수(70)씨는 “거리 두기 이후 이미 4명씩만 앉을 수 있게 테이블을 띄워 놨는데, 5명 이상이 오면 받지 말라는 건 무슨 소리냐”고 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생선요리 집 직원은 “구청에서 5명 넘는 일행은 못 받는다는 안내를 받은 것도 없고, 단체 손님 받지 말라는 건 장사하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없다”며 “5인 이상 손님이 들어오면 무조건 쪼개서라도 앉힐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식당 업주는 “4명 예약이라고 해놓고 나중에 따로 들어오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냐”며 “우리가 방을 일일이 열어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4명씩 테이블 띄우는 식당 - 23일 0시부터 수도권 식당에서 5인 이상 모이는 것이 금지된다. 22일 서울 성수동의 한 식당 사장이 한 테이블에 5명 미만으로 앉도록 의자를 배치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수도권 2.5단계 거리 두기로 현재 ‘홀 영업’이 불가능한 카페 업주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더 높였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20석 규모의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백모(30)씨는 “카페는 왜 4명조차도 받지 못하도록 하는지 모르겠다”며 “음료와 음식을 함께 주문하면 취식이 가능하다는 모호한 규정 때문에 최근에는 메뉴에 없던 샌드위치 판매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윤모(43)씨도 “카페도 식당처럼 테이블 간 거리가 1m 이상 떨어져 있고, 애당초 카페에는 5명씩 단체로 몰려오는 손님도 별로 없어 위험하지 않은데 불공평하다”고 했다.

업종을 불문하고 단체 예약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국숫집 사장 이정희(62)씨는 “다음 주 잡혀 있는 10명 안팎의 단체 예약 4건이 오늘 모두 취소됐다”고 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도 “내년 1월 3일까지 예약이 싹 다 취소돼 700만~800만원을 그대로 돌려줬다”며 “코로나 때문이니 100% 환불은 해주고 있는데 숨이 막힌다”고 했다.

◇스키장 “겨울 대목인데 날벼락”

22일 정부가 전국 스키장, 눈썰매장의 영업 중단과 리조트·호텔 등 객실 예약을 50%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특별방역대책’을 발표하자, 경기·강원도 일대 자영업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 대책은 24일부터 시행된다. 강원도 강릉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모(51)씨는 “객실 예약을 50%로 제한하겠단 뉴스를 보고 사실 확인을 위해 보건소에 곧바로 전화했는데, 보건소도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며 “당장 이틀 앞두고 날벼락처럼 영업을 못 하게 막는 일인데, 적어도 지자체가 업주들과는 사전에 논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강원도 속초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최모(45)씨도 “아침부터 예약 취소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연말만 보고 버텨왔는데 올해는 연말마저 빈손으로 놀게 됐다”고 했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스키장은 실외라 감염 전파에 상대적으로 안전한데도 일방적인 운영 중단은 지역 경제를 무너뜨리는 섣부른 결정”이라며 “백화점, 대형마트처럼 스키장도 운영하게 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