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서남병원 지부장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열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료인력 소진·이탈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사무실에서 의료인력 소진·이탈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료인들은 최근 코로나 환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증하면서 이들을 치료·간호할 의료 인력이 매우 부족해졌다고 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존 인력의 사기 저하와 박탈감으로 불만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정부는 실질적인 진료체계 구축과 중환자 병상·의료인력 준비 등 대확산 대비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정부가 현장 상황을 반영 못해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전담병원 노동자들은 탈진하고 번아웃 되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 서울시서남병원 지부장은 “간호사들은 계속 과부하에 시달리다 결국 사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가 끝나지 않는 한 과도한 노동강도는 끝나지 않을 것이고 결국 공공병원에 남아 있는 간호사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김 지부장이 발언을 마치며 눈물을 흘리자 나 위원장이 다가가 위로하기도 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의료 위기 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 역시 이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3차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의료계가 감당하기 역부족”이라며 ‘국가 긴급의료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임시회관에서 열린 온·오프라인 ‘대한민국 의료 위기 선언' 긴급 기자회견에서 “의료진은 피로 누적, 병상확보 어려움, 중환자 치료 및 응급의료 체계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부수적 손상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며 “지나치게 코로나19 치료에만 몰두하면 다른 질환을 앓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2월 현재 작년과 비교해 (인구 전체의) 초과 사망률은 6% 상승했는데, 이는 연간 2만명에 가깝다”며 “코로나19뿐 아니라 이로 인한 간접사망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아직 올해 12월이 지나지 않아 공식 통계에는 최 회장이 비교한 수치가 포함되지 않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0월 인구동향'을 보면 올해 10월까지 사망자 수는 25만251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사망자 수인 24만2976명에 비해 3.9% 증가했다. 지난 2018년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24만8097명으로, 올해는 이에 비해 1.8% 증가했다.

최 회장은 “국가의료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 긴급의료위원회’를 구성해 조속히 종합대책을 수립하라”며 “의료전문가가 포함된 민·관 합동 체제가 출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료계·국민이 합심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