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초등학교 동창인 황달성(67·사진) 금산갤러리 대표가 차기 한국화랑협회 회장 후보로 나선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화랑협회 관계자는 “오늘이 후보 등록 마감 일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후보 추천서 모집이 난항을 겪으면서 이달 31일까지로 연기했다”며 “현재 등록 후보가 없는데 입후보한다면 사실상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마를 위해서는 협회 발전기금 1000만원과 10명 이상의 소속 화랑 추천서를 제출해야 한다. 황 대표는 현재 추천서를 받으러 다니는 상태다. 서울 강남의 한 화랑 대표는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고 하니 정부에서 작품을 구입하는 ‘미술은행’ 제도 및 지원금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한국화랑협회는 회원사 150여 곳이 모인 전국 단위 유일의 화랑 연합체로, 매년 화랑미술제·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등을 주관한다. 임기 2년의 회장직은 월급 없는 일종의 명예직이지만, 국내외 미술인 및 단체·기관과의 네트워크를 늘릴 수 있는 자리다. 한국화랑협회 국제담당 이사 등을 지낸 황 대표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이것과는 전혀 관련 없는 문제”라며 “회장이 되면 정권과는 선을 긋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과 부산 남항초등학교 동창이다. 2006년 5월 황 대표의 모친상 당시 빈소에 문 대통령 내외가 함께 조문와 위로했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문 대통령이 미술을 워낙 좋아해 제가 하는 행사에 자주 참석했다”고 말했다. 2017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젊은 작가들 그림을 꽤 샀는데 도예가 이세용(경희대 동문)을 눈여겨보라며 소개하기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인사동의 한 화랑 대표는 “두 사람이 워낙 가까워 대통령 되기 전에는 술자리도 자주 가졌다”며 “김정숙 여사의 경우 2년 전 한국국제아트페어 첫날 오픈 전에 아침 일찍 전시장을 찾아 금산갤러리 부스 등을 둘러보고 갔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1992년 세운 금산갤러리는 문 대통령의 자녀와도 인연이 깊다. 장녀 문다혜(37)씨가 보조 큐레이터로 일했고, 장남 문준용(38)씨는 최근 ‘코로나 피해 지원금’을 받아 논란이 된 8년 만의 국내 개인전을 이곳에서 열었다. 황 대표는 전시 대관료를 면제해줬다. 준용씨는 코로나 사태로 취소되기 전, 황 대표가 운영하는 구룡포예술공장(4월) 전시에도 참여할 예정이었다. 황 대표는 “대학 졸업 무렵부터 작가적 태도 등을 조언하며 관계를 맺어왔다”고 했다.
2002년 한국국제아트페어 창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기존 호텔을 미술장터로 꾸민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를 2008년 출범하기도 했다. 온화한 성격으로 남의 부탁을 잘 들어주고 좌·우 없이 문화계 친분이 두텁다는 게 그에 대한 대체적인 평이지만 “진취적인 반면 정(情)에 약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문준용씨의 개인전에 대해 황 대표는 “다른 전시장도 검토했으나 부담을 가질까 봐 그냥 여기서 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