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족이 사실상 지배하는 웅동학원 산하의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 photo 웅동중학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 유일하게 증인으로 참석했던 김형갑 전 웅동학원 이사가 지난해 9월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3세로 작고한 김 전 이사는 2019년 9월 열린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여야(與野)가 합의해 채택한 증인 11명 중 유일하게 출석했다. 김 전 이사는 조국 전 장관 일가가 사실상 지배하는 웅동학원 산하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웅동중학교와 관련해 쏟아진 각종 의혹에 대해 “학교를 투명하게 운영했더라면 문제가 없었을 것” “웅동학원은 지역인들의 학교이지 개인 학교가 아니다” “(조국 전 장관의) 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가) 아니다” 같은 폭탄 발언을 쏟아냈었다.

김형갑 전 이사는 일제강점기 때인 1919년 김해 장유의 무계장터에서 독립만세운동을 벌이다 일제 헌병이 쏜 총에 맞아 순국한 김선오 선생(건국훈장 애국장)의 손자로, 약 16년간 독립운동가 유가족 모임인 광복회 경남·울산지부장 겸 중앙고문을 지냈다. 웅동중학교 1회 졸업생이자 조국 전 장관의 부친인 조변현 전 웅동학원 이사장(전 고려종합건설 대표)의 친구로 웅동학원 이사를 맡아왔다.

하지만 2019년 9월 조국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에 유일한 증인으로 출석해 모교인 웅동중학교를 불투명하게 운영한 조 전 장관 일가족에 불쾌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직후부터 조 전 장관 일가와 불편한 관계에 놓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김형갑 전 이사는 지난해 3월 조국 전 장관의 동생인 조권 전 웅동중학교 사무국장의 재판 때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이사가 “웅동학원 이사회에서 구렁이 담 넘어 가는 것처럼 넘어갔다. 이렇게 공중폭파되는 일이 없었다면 (학교의 문제들을) 아무도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라고 한 검찰조사 진술 내용도 공개됐다. 웅동학원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형갑 전 이사는 청문회 직후 낙상사고로 수술을 받았고, 80대 고령에 청문회 때부터 받은 스트레스가 겹쳐 돌아가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조국 일가, 청문회 직전 사회환원 공언

웅동학원과 관련된 각종 의혹은 조권 전 웅동중학교 사무국장이 교사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 2명으로부터 약 1억8000만원의 뒷돈을 받고 교사 채용시험지를 유출한 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되면서 일부가 사실로 드러났다. 당시 교사 채용시험 문제는 조국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씨가 교수로 있던 동양대에서 출제됐다.

하지만 채용비리의 주범(主犯)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조권씨의 형량이, 돈을 단순 전달한 죄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종범(從犯)들보다 낮고, 이 과정에서 웅동학원 관련 의혹의 핵심인 ‘사기공사와 위장이혼 후 허위소송 의혹’ 등은 대부분 ‘무죄’가 선고되며 의혹들이 되레 파묻혔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판결은 진보성향 판사들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내렸는데,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웅동학원 이사회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제 목소리를 내왔던 김형갑 전 이사마저 작고하면서 조 전 장관의 일가족이 청문회 직전 공언했던 웅동학원의 사회환원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국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 직전인 2019년 8월 23일, “웅동학원 이사장이신 어머니(박정숙)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비롯해, 저희 가족 모두는 웅동학원과 관련된 일체의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제게 밝혀 왔다. 향후 웅동학원은 개인이 아닌 국가나 공익재단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 이사회 개최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공익재단 등으로 이전 시 저희 가족들이 출연한 재산과 관련하여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국가나 공익재단이 웅동학원을 인수하여 항일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미래 인재 양성에만 온 힘을 쏟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전 장관의 모친인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도 같은 날, “저희 가족이 웅동학원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음을 밝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저희 가족이 학교 운영에서 손을 떼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향후 이사회를 소집해 웅동학원을 국가 또는 공익재단에 의해 운영되도록 교육청 등의 도움을 받아 법적 절차를 밟겠다. 저와 제 며느리(정경심)는 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이다. 국가 또는 공익재단이 인수한 웅동학원이 항일독립운동의 전통이 유지될 수 있도록 운영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는 입장문을 웅동중학교 홈페이지에 올렸다.

2019년 8월 인사청문회 직전 웅동학원의 사회환원을 발표한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photo 연합

김형갑 전 이사, 박정숙 이사장과 갈등

조국 전 장관 일가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온 직후부터 지역사회에서는 조국 사태로 실추된 학교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교명을 ‘계광(啓光)중학교’로 바꾸자는 서명운동이 제기되기도 했다. 구한말인 1908년 설립된 계광학교는 웅동중학교의 모태로, 웅동 지역의 독립운동을 주도한 관계로 1933년 일제에 의해 폐교된 바 있다. 1945년 광복 후에는 ‘웅동공민고등학교’(중학교 과정)란 간판을 단 ‘천막교사’로 부활해 초대 교장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부친인 정윤호씨가 맡았었다.

교명을 바꾸자는 움직임과 함께 후미진 산 중턱에 있는 교사(校舍)를 국공립 소유로 전환함과 동시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BJFEZ) 두동지구의 학교 예정부지로 옮기자는 등의 각종 논의도 백가쟁명식으로 일어났다. 웅동중학교는 조 전 장관의 부친으로 지방 건설사를 운영하던 조변현 전 이사장이 학교를 인수한 뒤 국도 2호선이 통과하는 읍내에 있던 기존 학교 부지를 아파트 부지로 매각한 후 외진 산 중턱으로 옮겨가면서 학생 수가 줄곧 감소해 왔다. 지금은 세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장관에 임명된 지 35일 만인 2019년 10월 전격 사퇴하면서 웅동학원 사회환원 약속은 유야무야되는 분위기다. 사회환원을 공언했던 박정숙 이사장 역시 아들인 조국 전 장관이 장관직을 사퇴하고, 집안이 사실상 풍비박산나면서 사회환원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박정숙 이사장과 작고한 김형갑 전 이사가 언쟁을 벌이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1937년생인 김형갑 전 이사는 웅동학원 이사진 가운데 최연장자로, 1938년생인 박정숙 이사장에 이어 사실상 두 번째 지위에 있었다.

웅동학원의 전 관계자는 “박정숙 이사장과 김형갑 전 이사 사이에 의견 차이로 갈등이 좀 있었다”며 “김형갑 전 이사는 조국 전 장관의 부친이 계실 때부터 이사를 지내 학교에 대한 애착심에서 사학(私學)으로 남되 추후 공립화에는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김형갑 전 이사는 2019년 9월 조국 전 장관의 청문회 때도 “조국 후보자가 (웅동중학교를) 자기 조상 때부터 일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진짜 듣기가 거북했다”며 “그 이야기(사회환원)는 이론상 맞지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9년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유일한 증인으로 출석한 김형갑 전 웅동학원 이사. 지난해 9월 사망했다. photo 뉴시스

신임 이사는 박정숙 이사장이 추천

이 와중에 지난해 9월에는 김형갑 전 이사 유고에 따른 이사 교체와 함께 조국 사태 이후 ‘관선(官選)이사 파견을 통한 학교의 공립화’를 주장해온 이모 전 이사도 이사진에서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전 장관 청문회 와중에 검찰 조사를 받기도 한 이모 전 이사는 “조국 전 장관의 부친인 조변현씨와는 먼 친척뻘 되는데 살아계실 때부터 학교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라며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립화를 주장했다”고 말했다.

조국 전 장관 일가가 웅동학원 사회환원을 처음 공언(2019년 8월 23일)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실제 아무런 진전이 없고 오히려 조국 전 장관 일가의 이사회 장악력만 더 커진 상태다. 김형갑 전 이사의 작고로 결원이 된 이사 자리에는 지난해 9월 이완호 현 웅동중학교 교장이 신임 이사로 선임됐다. 같은 날, 박정숙 이사장이 직접 추천한 부산의 한 철강업체 대표 박모씨도 신임 이사로 진입했다.

웅동중학교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박정숙 이사장은 “이모 이사의 사직서 제출에 따라 신임 이사에 제가 한 분을 추천한다”며 증권사 근무 경력이 있는 부산의 철강업체 대표 박모씨를 신임 이사로 추천했다. 웅동학원 이사진 가운데는 지역과 별다른 관계가 없는 서울에 근거를 둔 허모 변호사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웅동학원의 전 관계자는 “웅동학원 이사회에는 변호사가 2명 들어가 있다”며 “서울의 변호사는 조국 전 장관이 실질적으로 추천한 사람으로 안다”고 말했다.

웅동중학교가 공개한 2020년 10월 기준 임원 명단에도 조 전 장관의 모친인 박정숙씨가 이사장으로,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이사로 여전히 등재돼 있다. 박정숙 이사장과 정경심 이사의 임기는 각각 오는 2022년 7월과 2023년 9월까지로 되어 있다. “저와 제 며느리(정경심)는 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이란 박정숙 이사장의 입장문(2019년 8월)이 종잇조각으로 변해가고 있는 셈이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웅동학원 이사(동양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23일 자녀 입시비리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천벽력 같은 12월 23일 선고 직후 정경심 교수의 변호인단은 항소장을 제출했다”며 “1심 재판부가 모두 배척해버린 증거와 법리 의견에 대하여 항소심에서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교육청 학교지원과의 한 관계자는 “항소심을 거쳐 형이 확정되면 결격사유가 돼 자동으로 이사직을 박탈당한다”며 “웅동학원 사회환원과 관련해 특별히 진행 중인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신임 웅동학원 이사로 선임된 이완호 웅동중학교 교장은 “사회환원은 이사장과 이사회가 결정할 부분으로 상세히 말할 입장이 못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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