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심을 달리는 배달 대행 오토바이들./연합뉴스

서울 구로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모(34)씨는 1일부터 기본 배달료를 300원 올리고, ‘한파(寒波) 할증’ 명목으로 500원을 추가로 매긴다는 통보를 지난달 30일 배달대행 업체로부터 받았다. 오후 6시 이후, 기온이 영하 7도 이하로 떨어지면 500원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오른 기본료에 한파 할증까지 붙으면 배달 의뢰 한 건당 4600원이 기본 요금이다. 월 관리비 11만원은 별개다. 김씨는 “1만5000원짜리 음식 하나 팔고 배달료가 30%씩 나가니 남는 게 없다”며 “이제 할증이 붙을 법한 배달은 가게를 비우더라도 직접 간다”고 했다.

코로나 여파로 사실상 ‘배달 주문'이 주가 된 상황에서, 배달대행 업체들이 신설하는 다양한 명목의 ‘배달료 할증’에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점점 배달료가 올라 음식 하나 팔아봐야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하고, 배달대행 업체들은 “배달원이 부족해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따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배달대행 업체들은 손님이 치킨·피자집에 음식을 주문할 때 이용하는 배달의민족, 요기요와 같은 음식 주문 앱과 별개로 식당들과 이용 계약을 맺고 음식 배달을 대행해주는 곳들이다. 업체·지역별로 다르지만, 보통 기본료 3500원에 1.5㎞가량의 거리를 배달해준다. 여기에 추가 거리 500m당 500원씩 요금이 추가되는 형태다. 만약 배달비가 4000원이면 손님이 2000원, 업주가 2000원을 내는 식으로 요금을 나눈다.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최근 신설되는 ‘할증'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한 배달대행 업체는 서울과 경기, 대전·충남 일부 지역에 ‘기상 할증 500’원을 신설했다. 눈비가 오면 500원씩 추가로 받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업체에 따라 야간 할증, 언덕 할증, 보안 철저한 아파트 할증, 고층건물 할증, 명절·공휴일 할증, 스포츠경기 할증, 라이더(배달원) 인원 적음 할증 등 온갖 할증이 생기고 있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얘기다.

서울의 한 한식당 점주 김모씨는 “다리를 지나면 바람이 불어 위험하다고 다리 할증 500원, 비닐봉지가 2개이거나 배달통을 반 이상 채우면 500원, 대형 오피스건물은 엘리베이터가 지연된다고 500원 등 명목도 제각각”이라고 했다. 이런 할증은 주문별로 다르고, 고객에게 추가로 물리기가 쉽지 않아 대부분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한다.

서울 은평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조봉학(50)씨는 “하루에 40건 정도 배달이 들어오는데, 비싼 기본료에 각종 할증까지 붙으니 부담이 너무 커 30건 정도는 직접 배달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배달비가 점점 올라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했다.

배달대행 업체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는 데다 한파까지 닥쳐 배달 주문은 폭증하는데, 배달원은 모자라고, 이들이 꺼리는 곳에도 배달을 제대로 하려면 ‘당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달대행 업체 바로고 관계자는 “전국 배달원 2만7000명이 12월 한 달에만 1700만건의 배달을 수행해 작년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격무에 시달리는 배달원이 ‘비선호콜’도 잡게 하려면, 사실 지금의 할증도 부족한 감이 있다”고 했다. 배달원들도 눈비 오면 사고 위험 때문에 쉬려 하고, 일부 아파트는 배달원에게 신분증을 요구하고 심지어 엘리베이터까지 못 타게 하는데 할증마저 없으면 배달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행 업체들끼리 각종 인센티브를 주며 ‘배달원 뺏기’ 경쟁을 벌이는 것도 요인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가족과 함께 부대찌개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샛별(26)씨는 “한 업체가 할증을 주면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따라가는 구조”라며 “결국 제일 비싼 가격으로 수렴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 부담만 커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