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기약없이 연장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르고 있다. 정부의 방역 조치에 공개적으로 불복해 업장을 개장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경기도 포천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은 4일 오전 정부 방역 조치에 반발해 헬스장 문을 열었다.
오 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정상 오픈을 한다”며 “수도권에 운영 금지 중인 자영업자 여러분도 모두 다 정상적으로 오픈합시다”고 적었다.
그는 “우리 국민 대부분이 처음부터 3단계로 굵고 짧게 가자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K-방역이 어쩌구저쩌구 자화자찬만 늘어놓더니 머슴(정부)들 월급 주는 주인들(국민)이 다 굶어 죽어간다”고 비판했다.
그는 “더 이상 머슴들 말 들어주고 싶지 않다”며 “고위공직자들 월급 2달씩 반납해서 벼랑위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에게 돌려줘라. 이건 주인이 머슴한테 내리는 경고”라고도 했다.
오 관장 뿐만이 아니다. 사단법인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KFMA)에 따르면 이날 서울·경기·부산 등지에서 300여곳의 헬스장이 문을 열었다. 이와 별도로 700곳은 간판 불을 켜고 시위에 나섰다. 일부 헬스장에는 몇몇 회원들이 운동하러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헬스장 관계자는 “영업 강행 소식을 듣고 일부 회원들이 운동을 하러 왔다”며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10% 수준”이라고 했다. 일부 지자체는 영업을 강행한 헬스장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섰다.
헬스장들이 문을 연 것은 영업 중단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한계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고경호 KFMA 실장은 “(스키장, 태권도장 등 다른 체육시설은 되는데) 헬스장은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재정적 부담 등으로 인해 폐업하는 헬스장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헬스장 업주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도 있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헬스장 겸 재활치료센터를 운영하는 50대 관장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구에서 다른 피트니스 클럽을 운영 중이라고 밝힌 한 회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제 좀 살만하나 했더니 대단한 K방역으로 헬스업계 곡소리난다”며 “얼마나 힘들고 억울하셨으면 본인 헬스장에서 삶을 포기하셨을까요”라고 썼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2주 더 연장하면서 수도권 학원과 전국의 스키장 등에 대해서는 인원과 시간에 따라 제한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꿨다. 이에 앞서 골프장은 ‘5인 이상 집합 금지’ 대상에서 제외해 플레이어 4명과 캐디 1명으로 한 팀을 구성해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 달 가까이 영업이 중단된 헬스장·필라테스센터 등 실내체육시설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없이 집합금지가 연장됐다. 또 태권도장은 되고 합기도장은 안되는 등 정부의 영업금지 업종 기준 자체가 자의적이고 모호하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소속 업주 153명은 지난달 30일 정부를 상대로 1인당 500만원씩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회원 예약제, 사용인원 제한 등 기준을 두고 실내체육시설의 유동적 운영을 허용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와 4일 오후 3시 기준 16만8000명의 동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