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서울시 산하 TBS교통방송이 기록적인 폭설로 서울 시내 극심한 교통혼잡이 벌어졌지만 따로 교통방송 긴급편성을 하지 않았다며 “TBS의 설립 목적은 정치방송이 아니라 교통방송”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TBS 측은 “이 전 의원이 폭설이 시작되기 전 홈페이지에 올라온 ‘편성표’를 근거로 TBS가 폭설 상황에서도 교통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황당한 허위사실을 주장했다”고 반박했다.

7일 아침 서울 곳곳의 오르막길에서 전날 내린 폭설에 갇힌 운전자들이 차량을 밀고 있다/뉴시스

이 전 의원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교통방송인가? 고통방송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TBS 편성표를 보면 어제(지난 6일) 밤부터 출근길 혼란이 극에 달한 이날 아침까지 긴급편성돼야 마땅한 ‘교통방송’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온통 정치, 예능방송 일색”이라며 “전날처럼 폭설로 서울시내 전역이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천만 서울시민이 발이 묶여 분통을 터뜨리는 상황에서, TBS는 긴급편성으로 청취자들에게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정치, 예능방송은) 제설 대응에 실패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의 잘못을 효과적으로 잘 가려주긴 했지만 고통을 주는 TBS에 아까운 세금 내는 국민들의 염장을 제대로 질렀다”고 했다.

/이혜훈 국민의힘 전 의원 페이스북

TBS교통방송(라디오)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지난 6일 편성표에 따르면, 퇴근 시간인 오후 6시부터 18분 동안 ‘TBS저녁종합뉴스’가 방송된 뒤 오후 8시까지 ‘명랑시사 이승원입니다’가 진행됐다. 이어 오후 8시부터 6분 동안 ‘TBS뉴스’가 이어졌고 이후 50분 가량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가 방송됐다. 이날 저녁 시간에 편성된 ‘TBS 기상정보’ 방송은 오후 8시58분~9시 2분간이 전부였다.

폭설로 퇴근길 서울 주요 도로가 대부분 꽉 막힌 6일 오후 6시 ‘명랑시사 이승원입니다’에선 양부모의 학대로 입양 10개월만에 사망한 정인양 사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에 대해 논했다. 이후 퇴근길 정체가 이어진 오후 8시쯤부터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에서 ‘긴급! 폭설대비 특별교통방송’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진행했지만 운전자 전화인터뷰, 청취자 문자읽기, 안전운전 당부 등이 대부분이었다.

폭설 뒤 꽁꽁 언 빙판길에 출근길 교통대란이 벌어진 이날 아침에도 TBS는 오전 5시~6시반 ‘라디오를 켜라 정연주입니다’, 오전 7시~8시반 ‘김어준의 뉴스공장’, 오전 9시~9시반 ‘김규리의 퐁당퐁당’을 편성했다. 오전 시간대 ‘TBS 기상정보’ 방송은 4회 총 8분간 이뤄졌다.

이날 오전 7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선 방송인 김어준씨를 대신해 진행을 맡은 신장식 변호사가 TBS기자와의 짧은 대담 후 “현재 통제되는 구간은 없다고 하니까 빙판길 조심하고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고 말한 게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폭설 얘기의 거의 전부다.

신 변호사는 지난 6일 밤 눈 내리는 퇴근길에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청년을 봤다며 “배달 플랫폼은 욱일승천의 기세로 돈을 쓸어담는다” “이제는 당신들 키워준 노동자, 소규모 자영업자들과 나누자” 등 폭설 소감을 말했다. 이후 코로나, 부동산, 가상화폐 관련 대화를 나눴다. 김어준씨는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를 마친 후 이날 방송에 복귀할 예정이었으나 ‘개인 일정’을 이유로 오는 11일 방송에 복귀한다고 전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어준의 회당 출연료가 200만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TBS 홈페이지 2020.10.24

서울시는 전날 긴급 교통대책을 세웠다. 도로 정체를 대비해 이날 오전 출근 시간대 지하철 집중 운행 시간을 오전 7시부터 9시반까지 30분 연장했고 시내버스 전 노선의 출근 시간대 배차간격을 늘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에는 전날 오후 7시쯤부터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해 오후 9시 기준 3.8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TBS “이혜훈 주장은 편성표에 근거… 대설 특집 방송 긴급편성했다”

TBS 관계자는 이에 대해 “6일 오후 8시부터 7일 오전 3시까지 폭설 관련 재난 특별보도방송을 했다”고 밝혔다. 2018년 ‘TBS 재난방송 기본계획'에 따르면 국지성 폭설 등이 있을 때는 방송사가 기상청 및 관련 기관에 전화 연결을 해 정보를 제공하고 속보 방송을 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해 TBS 측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어제 저녁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오늘 아침 5시부터 7시까지 ‘대설 특집 방송'을 긴급 편성해 기상정보와 교통정보, 청취자 교통 제보 문자를 전하고 제설 담당자, 기상통보관, 길 위에 발이 묶인 시민 인터뷰 등을 발 빠르게 연결해 큰 호응을 얻었다”며 “아침 7시~9시 ‘뉴스공장' 시간에도 서울시내 교통 상황을 계속해서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TBS는 “이 전 의원은 폭설이 시작되기 전 홈페이지에 올라온 ‘편성표’를 근거로 TBS가 폭설 상황에서도 교통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황당한 허위사실을 주장했다”며 이 전 의원 측과 이를 인용해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TBS가 본연의 목적인 교통 안내 대신 특정 진영의 정치 선전 도구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높아지면서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이 잇따라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서울시는 매년 막대한 세금을 써가며 교통과 기상전문 방송사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며 “서울시 예산을 편성할 때 교통방송에 주는 시 출연금(연 약 400억원)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겠다”고 했다. 오신환 전 의원은 지난 5일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에서 “TBS의 사이비 어용방송인들을 퇴출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