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지난 6일 서울에 눈이 내리기 5시간 30분 전 서울시 담당부서에 “눈 예보가 확대됐으니 제설 작업 대비를 하는 게 좋겠다”고 미리 알린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 연락을 받고도 안이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6일 밤부터 7일 오전까지 서울 주요 도로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지는 교통 대란이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은 지난 5일 오전 4시 30분 “수도권에 6일 오후 6시부터 7일 새벽까지 눈이 1~5㎝ 올 것”이라고 처음 예보한 데 이어, 6일 오전 11시 당초 예보보다 더 많은 “3~10㎝의 눈이 수도권에 내릴 것”이라고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6일 오후 1시쯤엔 우리 직원이 직접 서울시 도로관리과에 전화해 ‘제설 작업 등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눈이 올 것으로 예보된 시기는 교통 정체가 심한 퇴근 시간이었다. 또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영하 20도 안팎의 역대급 한파도 예고된 상황이었다.

이런 세 가지 악재가 겹쳐 있었는데도 서울시의 대응은 일반적인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서울에는 지역에 따라 3.6~13.7㎝의 눈이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 것은 6일 오후 6시 30분쯤이었다. 서울시가 제설 차량을 동원해 본격 제설 작업을 벌이는 제설 대책 2단계에 돌입한 것은 이미 도로가 아수라장이 된 다음인 오후 7시 20분이었다. 이 때문에 6일 밤과 7일 오전까지 서울 일부 도로는 사실상 교통이 마비됐다. 시 관계자는 “기상청 대설주의보가 서울뿐 아니라 경기, 인천 등 포괄적으로 나와서 1단계 조치로 대응하면 된다고 판단했다”며 “눈이 올 때 현장에 제설차가 배치돼 있었지만 교통 정체가 워낙 심한 상태에서 눈이 쏟아져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한편, 이번 강추위는 8일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아침 최저기온이 7일보다 섭씨 5~7도 더 떨어진 영하 26도~영하 9도를 기록할 예정이다. 서울은 아침에 영하 18도까지 내려간다. 호남 서해안과 제주, 울릉도·독도 등지에는 5~20㎝의 눈이 예보됐다.

퇴근길 당하고 출근길 또 당했다, 서울시 늑장에 연이틀 雪亂

“(퇴근길) 버스에서 7시간 가까이 있었네요.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무작정 내릴 수도 없고, 이게 말이 되나요?”

7일 새벽 4시 30분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경기도 성남에서 광주로 향하는 300번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같이 올라와 있었다. 버스 안 시계는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고, 차창 밖 도로는 차들로 꽉 막혀 있었다.

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로 중소기업지원센터 삼거리 부근 도로에서 헛바퀴만 돌며 멈춘 차량을 경찰관이 뒤에서 밀어주고 있다. 밤사이 내린 눈으로 도로가 얼어붙으며 이날 출근길 곳곳에서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연합뉴스

수도권과 서해안, 호남 지역에 내린 폭설에도 불구하고 ‘엉터리 제설 행정’으로 7일까지 이틀에 걸쳐 시민들이 출퇴근길에 큰 불편을 겪었다. 교통 대란으로 퇴근을 포기하고 회사 근처 모텔에서 숙박한 회사원들도 속출했다. 서울 강남구 디노호텔의 권혁(32) 대표는 7일 “어제 폭설로 강남 일대가 완전히 난리가 나 새벽 3시까지 100통 넘게 숙박이 가능하냐는 문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7일 오전 출근길에는 도로가에 차를 버리고, 도보나 대중교통을 택한 사람들이 많았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행정직원인 김홍식(49)씨는 “눈이 얼어붙으면서 평소 시속 60㎞로 달리던 도로를 20~30㎞로 서행하다, 언덕길 앞에서 교통이 완전히 마비돼 결국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출근했다”고 했다. 특히 눈길에 취약한 후륜 구동 외제차를 도로가에 세운 이가 많았다.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올림픽대로에 멈춰선 페라리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 지역엔 6일 오후 6시 30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지역에 따라 3.6~13.7㎝의 눈이 왔다. 10㎝ 안팎의 큰 눈에는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긴 하지만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의 늑장 대응이 사태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은 경기 남부 일대를 중심으로 눈이 온다고 예보했지만, 서울시는 해당 지역과 접한 서울 강남·서초·동작 등에 제설차도 평소보다 증원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 제설차를 늘렸다가 오히려 다른 곳에 눈이 더 오면 문제가 또 생길 수 있어 평상시처럼 배치한 것”이라며 “기상청 예보도 서울에 눈이 1~4㎝ 정도 온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서울시는 기상청의 눈 예보가 있었음에도 제설차로 눈을 밀어내는 본격 제설은 도로를 눈이 완전 뒤덮은 뒤인 7시 20분에야 시작했다. 서울 남부 지역엔 이미 7㎝가 넘는 폭설로 도로가 아수라장이 된 상태였다. 서울시 측은 “6시 30분쯤부터 현장에 제설차가 모두 나가 있었지만 도로 정체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며 “미리 뿌려둔 제설제도 기온이 너무 내려간 데다 눈이 갑자기 쏟아져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대체 제설도 안 하고 뭐하느냐”는 시민들 원성이 6~7일 이틀 내내 쏟아졌다.

서울시가 재난 문자를 발송한 것은 이미 시민들이 퇴근길 차 속에 갇힌 오후 8시 20분이었다. 내용은 “(7일) 출근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는 것이었다. 퇴근길 폭설을 예상하고서도 미리 재난 문자를 보내 ‘조기 퇴근’을 유도하는 등 차량 분산 시도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지자체 당부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시민들은 또 한번 불편을 겪었다. 7일 오전 지하철 1·4호선 열차에서 각각 고장이 발생해, 시민들이 열차에 30분가량 갇히며 대거 지각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서울 중구 명동역 인근 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 강하영(26)씨는 “4호선을 타고 출근하는데 고장으로 세 번이나 정차해 20분이 더 걸렸다”고 했다.

서울시가 지난 6일 발표한 정기 인사가 폭설 대란에 영향을 끼쳤다는 말도 나온다. 제설 작업 실무를 총괄하는 도로관리과장, 안전총괄관이 모두 8일부터 다른 업무를 맡게 돼 인수인계를 하느라 대응이 소홀했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도 극심한 교통 대란이 빚어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기상청이 6일 오후까지 ‘눈이 온다’는 정도로만 예보했는데, 오후 5시 넘어 갑자기 폭설이 내려 대응이 늦었다”고 해명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폭설은 염화칼슘을 미리 뿌려도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이 어려운 측면은 있다”면서도 “기상 예보가 있었던 만큼, 퇴근길 시민들에게 다른 교통 수단을 안내하는 등 대응이 미흡했던 점은 아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