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 회원이었던 취업준비생 A(26)씨는 지난달 30일 구글에 과거 자신이 쓰던 일베 아이디를 검색해봤다가 깜짝 놀랐다. 한 달 전 커뮤니티를 탈퇴하며 지웠던 글들이 버젓이 검색 결과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A씨는 이른바 ‘디지털 세탁소'라 불리는 한 전문 삭제 업체를 수소문해 글 1건당 1만원씩, 총 30여만원을 주고 글들을 지웠다. A씨는 “철없을 때 썼던 글들인데, 취업을 앞두고 나중에 혹시 발목이 잡힐까 싶어 삭제를 의뢰한 것”이라고 했다.
최근 공무원이나 일반 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청년들 가운데 이런 ‘디지털 세탁소'를 찾는 이들이 늘고있다. 일베나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남긴 자신의 ‘부끄러운 기록’을 지우려는 이들이다. 지난달 말 경기도 7급 공무원에 합격한 사람이 과거 일베 사이트에 성희롱, 장애인 비하 글을 써왔다는 이유로 임용 취소 위기에 몰리자 이런 움직임이 커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철저히 조사해 사실로 확인되면 임용 취소는 물론 법적 조치까지 엄정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생 B(23)씨는 지난 4일 인터넷 포털에 ‘OO나라 사기꾼’이라고 검색하면 뜨는 연관 검색어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워달라며 전문 삭제 업체를 찾았다. B씨는 지난달 말 한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여성 의류 공동 구매를 진행했다. 옷 판매자가 대량 구매라며 90만원가량을 할인해줬는데 B씨가 이 돈을 개인적으로 챙긴 사실이 들통났다. 화가 난 구매자 수십명은 각종 사이트, 블로그에 B씨가 사기꾼이라며 실명과 휴대전화 번호를 퍼뜨렸다. 급기야 포털 연관 검색어에까지 실명이 올랐다. B씨가 모든 기록을 지우는 데 총 80만원이 들었다. B씨는 “나중에 취업했을 때 인사팀에서 내 이름을 검색해봤다가 문제가 될까 두려웠다”고 했다.
‘디지털 세탁소' 업체들은 기업 채용 시즌이나 이번 ‘일베 공무원' 사건처럼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한 달에 수십 건씩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한다.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 대표는 “평소 한 달에 30건 정도씩 꾸준히 문의가 있고 실제 5~7건 정도는 계약으로 이어진다”며 “이번처럼 이슈가 터질 때마다 문의나 계약이 모두 50% 이상씩 늘어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