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여비서 성추행 의혹을 풀어줄 핵심 증거물로 꼽히는 박 전 시장 ‘업무용 휴대전화’가 최근 유족에게 전달됐다. 법원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언급했지만, 유가족 측에서 이 휴대전화 파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만큼 이 사건의 유력한 증거가 영구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15일 서울시와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30일 박 전 시장 업무용 휴대전화를 서울시에 돌려줬다. 서울시는 지난 5일 이 휴대전화를 유족 명의로 변경한 뒤 유족들에게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끝난 압수물은 돌려주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지난달 박 전 시장 관련 수사를 종결했고, 이 휴대전화에 대해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와 관련한 포렌식 작업을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시에 이 휴대전화를 돌려줄지 물었으나, 시에서 소유권 포기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를 유족에게 넘겨줬다는 것이다.

박 전 시장 업무용 휴대전화가 유족에게 넘겨진 사실이 알려지자 성추행 피해자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 법률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뭐가 그리 급한가요! 무슨 필요 때문에 사자(死者)의 핸드폰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습니까? 반환 요청할 때 피해자를 한 번이라도 떠올려 보셨는지요”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7개 여성 단체는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백한 범죄 은폐 행위이고 증거인멸”이라며 서울시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 전 시장 유족 측은 지난해 7월 법원에 이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중단을 신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