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불법 출금 및 은폐’ 의혹의 핵심은 출국 금지를 요청할 자격이 없는 검사가 ‘가짜 사건번호'와 ‘가짜 내사번호'를 붙인 위조(僞造) 공문서로 출국을 금지시켰다는 것이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는 긴급 출국 금지를 요청할 수 있는 주체가 ‘수사기관의 장(長)’이라고 규정돼 있는데, 당시 출금 요청서엔 법적 결재권자로 규정된 서울동부지검장의 관인도 없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지난 12일 “불가피”했다는 입장문을 낸 데 이어, 16일에는 A4용지 5장 분량 입장문을 또 내고 “출입국관리법상 법무부장관이 직권으로 출국 금지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점에 비춰볼 때 부차적인 논란에 불과하다”고 했다. 수사기관 요청 없이도 장관 직권으로 출금 조치할 권한이 있는 만큼, 실무진 차원에서 이뤄진 ‘불법 논란’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추미애 법무장관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출금은 법무장관의 권한”이라며 “(최근 논란은) 검찰 개혁에 반하는 행태”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은 법무장관 직권으로 이뤄진 게 아닌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이규원 검사 요청으로 이뤄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을 가정해 ‘불법 의혹’을 부정한 것”이라고 했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장관 말 한마디로 출금이 가능하다면 왜 가짜 서류까지 만들었겠느냐”며 “(법무부 입장은) 장관 직권 출금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위조된 공문서를 이용했다는 실토나 다름없다”고 했다.
법무부는 ‘법무장관 직권 출금 권한’의 근거로 출입국관리법 4조 2항의 ‘법무장관은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출금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일반 출금에 해당하는 규정이다. 긴급 출금됐던 김 전 차관의 경우엔 다른 조항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법 4조 6항에 따르면 긴급 출금의 경우 수사 기관이 출금을 요청하도록 돼 있고, 법무장관은 사후 승인·해제 권한만 부여돼 있다. 더군다나 김 전 차관은 피의자·피내사자 신분조차 아니어서 일반·긴급 출금 모두 대상이 아니었다.
현직 부장검사는 “법무부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기 위해 관련 규정까지 곡해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