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하태경(오른쪽)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알페스 제조자 및 유포자 수사 의뢰서를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실존 인물을 성적 대상화한 창작물 ‘알페스’(RPS)를 직접 겪은 피해 경험을 언급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18일 국민의힘 청년문제 연구조직인 ‘요즘것들연구소’가 ‘디지털 성범죄 사각지대 알페스, 논란의 본질을 찾아서’란 주제로 연 온라인 긴급간담회에서 “예전에 tvN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출연할 때 알페스를 많이 겪어봤다”고 밝혔다.

알페스란 ‘Real Person Slash’의 약자로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주로 남자 연예인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동성애를 주제로 쓴 이른바 ‘팬픽션’이다. 문제는 주인공을 대상으로 적나라한 성적 표현과 변태스러운 성관계 등을 묘사한다는 데 있다. 최근 알페스가 화제가 되면서 그동안 독립운동가를 포함한 역사적 인물, 정치인, 주변 지인에 이르기까지 대상이 광범위해 더욱 논란이 됐다.

이 전 최고위원은 “방송이 나가고 온라인 카페 등을 보면 출연한 남성 중에 꽃미남 계열 출연자들이 알페스·동성 팬픽의 대상이 돼 저랑 같이 올라오곤 했다”며 “당사자로서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판단 기준 역치가 굉장히 엄격히 다뤄지는 것처럼 남성에 대한 동성 묘사물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앞으로 남성 중에서 알페스로 피해를 입은 누군가가 법적 이의제기를 하고, 법원의 판단과 판례가 나와야 알페스를 정화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유튜브 하태경TV

이 전 최고위원은 알페스를 마케팅 일환으로 이용하기도 하는 아이돌 업계에 대해 “아이돌 기획사에서는 인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불쾌함을 억누르고 있는 것 같다”며 “수위를 넘는 것에 대해서는 아이돌이나 연예계 인물들이 이의 제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2019년 초 하태경 의원과 제가 ‘워마드’(남성혐오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싸우던 당시 워마드가 저희를 음란물에 합성한 걸 많이 올렸다”며 “그때 단순 명예훼손이 아니라 음란물 관련으로 고소를 했어야 관련 판례가 나오고 그런 일들이 근절되지 않았을까 한다”고 했다.

간담회를 주재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알페스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 의원은 “성폭력처벌특별법을 보면 동영상은 처벌하게끔 명백히 돼 있는데 알페스는 주로 그림이나 글로 돼 있다”며 “딥페이크와 알페스는 형식의 차이일 뿐이지 내용은 거의 하드코어 포르노 비슷한 수준인데, 보완하는 입법을 조만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도 이번에 놀랐지만, 알페스 성착취물을 만드는 사람들이 주로 여성분들이었다”며 “기존에는 남자들이 온라인 성범죄에 많이 관여돼 있다는 게 사회적 인식인데 알페스 문제를 통해서 여성들도 이런 온라인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게 새로 확인돼 상당히 사회적 반향이 큰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 /조선DB

간담회에 참석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남녀를 불문한 동의하지 않은 성적 대상화는 그 자체로 퇴출돼야 한다”며 “알페스를 둘러싼 논란이 남녀갈등이나 동성애 이슈로 번지고 있는데, 실존하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대상화라는 문제의 본질이 흐려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으로서 관계 당국의 상황인식을 보다 엄중히 할 수 있도록 지적하고 입법과제가 없는지 살피겠다”고 했다.

하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은 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알페스 제작자와 유포자 처벌을 요청하는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알페스 성착취물 중 의원실 자체조사 결과 수위가 높다고 판단한 110여개 아이디를 간추려 먼저 수사를 의뢰한다”며 “추가로 확인되면 바로 추가 수사의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