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전담하는 여성가족부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측이 “2차 피해를 막아달라”고 두 차례나 공식 요청했지만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지원단체와 공동변호인단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작년 10월 13일과 12월 28일 두 차례 여성가족부에 2차 피해 차단과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10월엔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피해자의 실명과 소속 부서가 공개됐고, 12월엔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 등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보낸 편지를 인터넷에 공개해 신상이 유포되는 등 2차 가해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피해자와 가족들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글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 국가에 대책 마련을 요청한 것이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18조 3항은 ‘국가와 지자체는 2차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여성가족부로부터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자가 굉장히 많은데 중앙부처가 개별 피해자들을 일일이 지원해야 하는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18조 3항에 대해선 “조치를 취해야 하는 주체가 여성가족부인지, 여성가족부라면 개별 건에 대한 조치를 취하라는 뜻인지 등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법에 따라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당연히 2차 피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피해자 요청에 대답도 없고,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은 여가부가 직무유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성가족부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부터 피해자를 ‘고소인'으로 부르고, 제대로 된 입장도 내놓지 않아 주무 부처로서 자격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이정옥 장관은 국회에서 “박 전 시장 사건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가 맞느냐”는 질문에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또 국회에서 오는 4월 이들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대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을 집단 학습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