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2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 ‘휴가 미복귀 의혹’을 제기했던 카투사 당직사병 현모씨(오른쪽)와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photo 김지호 조선일보 기자

“엄마가 평범한 사람이라 아들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했다. 집이 서울이 아니어서 미안했다. 저쪽은 엄마가 법무부 장관이고 아버지도 변호사였다. 여러 명의 변호인이 팀을 꾸려 변호했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혼자 가방 메고 서울동부지검에 조사를 받으러 갔다. 지하철 타고 가다가 누군가에게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늘 마음 졸였다. 아들은 언론에 보도될 때 입었던 옷은 다시 입지 않았다. 휴대폰 번호도 바꾸고 친구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아들은 담담했지만, 나는 아들과 관련된 기사와 댓글들을 하루 종일 하나도 빼지 않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휴가 특혜 연장 의혹을 처음으로 증언하고 나선 당시 부대 당직사병 현모씨 어머니는 지난해 상황을 돌이키며 울먹였다. 지난해 아들 현씨는 추 장관 아들 서씨가 군복무 시절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지 않았고 상급부대 장교가 부대를 찾아와 휴가를 연장시켰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현씨는 곧장 ‘문빠’들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문빠들은 그가 ‘일베’ 회원이라는 근거 없는 공격을 가했고 고등학교 때 입시를 위해 자퇴한 사실을 두고 “교우관계가 좋지 않아 자퇴했다더라”며 인신공격을 일삼았다. 현씨는 문빠들이 애용하는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신상을 털리고 조리돌림 당했다. 문빠들은 현씨를 향해 ‘울산 살던 극우’ ‘친일파의 자손’ ‘국민의힘에서 돈 받았냐’ 같은 말들로 공격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씨의 실명을 언급하며 “현씨의 언행을 보면 단독범으로 볼 수 없다”면서 “이 과정에 개입한 공범 세력이 있는지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국회의원이 공익제보자를 범죄자로 낙인찍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황 의원은 2주 만에 사과했다. 현씨 측은 황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려 했지만, 그가 정식 사과하자 고소하지 않기로 했다. 황 의원은 예상을 뒤엎고 지난 1월 20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 황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현씨 관련 사과글을 비롯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있던 모든 글을 내린 상태다.

현씨의 어머니는 지난 1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진영논리라는 게 있다고 하지만, 국회의원들이라면 사실 확인 정도는 하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닌지…”라면서 “국회의원들이 사실도 아닌 내용을 어쩌면 그렇게 당당하게 TV에 나와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남편은 보지 말라고 했지만, 아들 이야기로 매일 TV와 인터넷이 뒤덮이는데 안 볼 수가 없었다”고도 했다. 현씨는 현재 서울에서 대학원에 재학 중이지만, 본가는 울산이다. 현씨 부모는 울산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다.

“아들이 처음에는 말을 안 해서 가족은 아무도 몰랐다. 남편이 ‘아들이 TV에 나왔다’길래 그때서야 알았다. 아들이 군대 전역할 무렵 저녁 자리에서 추 장관 아들 이야기를 했었다. 자기가 당직사병이었는데 복귀를 안 해서 부대가 시끄러웠었다는 말이었다. 그 이후로는 잊고 있었는데, 뉴스에 아들이 나오더라. 모자이크가 되어 있어도 한눈에 아들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현씨에 대한 문빠들의 공격은 온라인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그들의 막말과 허위사실 유포는 현씨 가족 주변까지 퍼졌다. 현씨 어머니는 가까운 이들에게도 언론에 나오는 당직사병이 우리 아들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올해 고3인 딸이 다니는 학원에서 강사가 ‘요즘 뉴스에 나오는 현 병장이 일베라더라. 인간성이 안 좋아서 고등학교도 자퇴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 말 한마디에 나라가 떠들썩해져서 되겠나’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딸 바로 앞에서. 딸이 집에 돌아와 ‘오빠는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 왜 욕을 먹어야 하느냐’고 슬퍼했다. 아들은 자사고에 다니다가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자퇴를 한 것뿐이다. 아들이 자퇴를 한 이후 KDI가 주최한 대회에서 입상을 했는데, 당시 기사를 찾아서 아들의 자퇴 사실을 알아내 공격했다. 아들은 어차피 다 사실이 아니니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 사람’을 추종하는 집단들이 욱 하는 마음에 아들을 찾아가 해코지하면 어쩌나 걱정됐다. 지금도 그 당직사병이 우리 아들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내 주변에 몇 명 없다.”

특히 현씨 어머니는 “아들이 ‘안 좋은 생각’을 하게 될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아들에게 “내가 올라가서 네 옆에 있어야겠다. 검찰 조사 받으러 갈 때 운전이라도 해줘야지, 지하철 타고 다니면 위험하지 않겠니”라고 물었지만 아들 현씨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만류했다고 한다.

“지난 추석에는 친척들에게 모이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서울로 역귀성했다. 아들 혼자 사는 원룸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가족끼리 ‘추미애 덕분에 아들 사는 집 구경도 해본다’고 했다. 우리는 자취방 근처 호텔을 잡아 투숙하며 아들과 시간을 보냈다.”

“아들 테러 당할까 늘 마음 졸였다”

현씨 어머니는 아들에게 쏟아진 수많은 악플 중에서도 “욕설은 없었는데 아들 앞날에 저주를 퍼붓는 글이라 읽기가 가장 힘들었다”며 기억에 남는 댓글을 언급했다. 댓글의 내용은 이랬다고 한다.

“변호사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집안의 경제적 사정은 넉넉한가? 유학을 가려고 준비 중인 것 같은데 송사에 휘말리는 순간 그 계획은 물건너가는 것일세. 치기 어린 영웅심이 만든 실수치고는 대가가 너무 크지. ‘인생은 실전’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두고두고 배우게 될 것이라고 나는 장담할 수 있네. 지금이라도 상황을 수습하고 싶다면 기자회견을 열고 ‘잠시 어린 마음에 유명해지고 싶은 과시욕이 생겨 거짓말을 했다’고 진실을 고백하고 사과하게나.”

현씨는 현재 대리인을 자처한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 소장의 도움을 받아 위 댓글의 작성자를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사이트, 기사 등에 인신공격성 댓글을 단 악플러 5000여명을 고소했다.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간 추 장관과 아들 서씨의 변호인인 현근택씨 또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현씨를 도와주고 있는 김 소장은 “지난해 9월 현씨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연락했을 때, 현씨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패닉’에 가까운 상태였다”면서 “지금은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고소와 관련해선 합의권까지 변호사에게 전부 넘겨 현씨는 이 일에 아예 관여하지 않도록 했다. 사과하지 않으면 선처는 없다는 뜻도 있다”고 했다.

현씨 어머니는 추미애 장관이 물러나지만 아들에 대한 걱정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면도칼로 공격당한 게 생각나기도 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열혈지지자’라는 사람들이…. 지금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나는 상황인데, 혹시나 열혈지지자들이 우리 아들에게 ‘다 너 때문이야’라는 억하심정을 갖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황희 의원이 ‘조그만 불씨가 산을 태워먹었다’고 말한 것처럼.”

현씨는 올해 미국으로 유학을 준비 중인데, 가족회의에서는 “아예 미국에서 직장 얻고 쭉 사는 건 어떠냐”는 말까지 나왔다고 했다. 현씨는 지난해 11월 신청한 지 두 달여 만에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공익신고자’ 인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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