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피해자들이 승소한 것을 두고 “곤혹스럽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의기억연대가 “충격을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75차 정기 수요시위 기자회견에 참석해 성명서를 읽고 있다/뉴시스

정의연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76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정의연은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곤혹스럽다’고 표현했다”며 “피해자들이 30년을 싸워 이뤄낸 역사적인 판결에 대한 대통령의 일성에 충격을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활동가였던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2주기를 하루 앞두고 발표된 이날 연대 성명에는 시민사회단체 104개가 참여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며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주권 국가는 타국 법정에서 재판받을 수 없다는 ‘주권면제(국가면제)’ 원칙이 이 사건의 경우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판결 직후 일본 정부는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한편, 도시미쓰 외무상 명의로 담화를 발표해 한국 정부가 나서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3일 “정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가 한·일 양국 정부 간의 공식 합의임을 인정한다”며 “정부 차원에서는 일본에 추가 청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의연은 이번 위안부 피해자 승소 판결이 “보편적 인권이 국가면제에 우선한다는 획기적인 판결로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기념비적인 판결”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취임 초부터 2015 한일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나며 내용과 절차 모두 잘못됐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가 기존 입장과 부합하지 않은 발언을 내놓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