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단 기득권층의 성폭력 행태를 고발하며 문학계 ‘미투 운동’을 촉발한 최영미(59) 시인은 10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 “이제 분노할 힘도 없다. 이 정권에서 출세하려면 부패와 타락이 필수”라고 비판했다.

최영미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우리가 사는 시대의 다양한 표정을 사랑이라는 프리즘으로 분광해 보여준다./전기병 기자

최 시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황 후보자를 이같이 비판하며 “어떻게 이런 자가 문체부 장관?”이라고 밝혔다.

최 시인은 국회의 황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각종 의혹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황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병가를 내고) 국회 회기 중에 유럽여행, 나빠요”라며 “(이런 행태는) 학급 청소 시간에 내빼는 반장(의 행동)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최 시인은 “(황 후보자는) 한달 카드 지출이 60만원이라고 했다”며 “혼자 사는 나도 1년에 카드 1000만원 긁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황 후보자 가족 명의의 통장이 46개”라며 “좋은 머리는 꼭 그런 데만 쓴다. 아이들이 뭘 배울까”라고 했다.

/최영미 시인 페이스북

이에 황 장관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각각 의혹에 해명한 바 있다.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병가를 내고 스페인 가족 여행을 갔다 온 것에 대해선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사과하면서도 “병가 처리는 보좌진 실수”라고 했다.

‘한 달 생활비 60만원’ 논란에 대해선 “제가 처음에 60만원이라고 이야기한 건 아니다”라며 “실제 생활비 지출은 학비를 빼고 300만원 정도”라고 했다. 월세·보험료 등의 각종 고정비까지 합치면 한 달 생활비가 300만원 정도 된다는 취지다. 황 후보자는 “언론에서 제가 신용카드 쓴 것 720만원을 단순히 12개월로 나눠서 60만원이라고 한 것 같다”고 했다.

황 후보자는 지난 2019년 국세청에 신용카드·직불카드·현금영수증·전통시장 사용분·대중교통비·도서 공연·교육비·의료비까지 포함해 세 가족 지출을 720만원으로 신고했다. 이 중 신용카드 금액은 423만원이었다.

황 후보자는 가족 명의 통장이 최대 46개에 달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대부분 소액 계좌라서 몰랐다”고 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황 후보자에 대한 적격 의견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황 후보자는 현 정부에서 야당의 동의를 받지 못한 채 임명되는 29번째 장관급 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