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남성 4명이 대낮에 승용차를 타고 가던 다른 외국인을 집단 폭행하는 장면이 공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조폭 영화의 한 장면 같은 2분 35초 분량 동영상은 뒤따르던 차량 블랙박스에 촬영된 것으로, 온라인 공간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9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4시 50분쯤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길거리에서 SM5 승용차를 타고 가던 러시아 국적 A(39)씨와 우크라이나 국적 B(40)씨 등 남성 2명이 러시아인으로 추정되는 괴한 4명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후드티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숨긴 괴한들은 골목길을 서행하던 승용차를 덮쳐 쇠몽둥이 등으로 차량 유리창을 깨부쉈다. A와 B 두 사람이 차량을 급가속해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미리 대기하던 일당의 라세티 승용차가 앞을 가로막았다.
괴한 4명은 도로 옆 건물과 라세티 차량 사이에 끼어 오도 가도 못하는 SM5 차량 위로 뛰어 올라가 차체와 유리창을 발로 차고 쇠몽둥이로 부수며 난동을 계속했다. 이들은 A씨와 B씨를 끌어내 길바닥에 쓰러뜨렸고, 얼굴과 온몸을 무차별 폭행한 뒤 달아났다. A씨와 B씨는 손가락이 부러지고 머리에 타박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들은 국내에 머무르며 일용직 노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집단 폭행한 4명과 라세티 운전자 등 적어도 5명 이상이 이번 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이용한 차량과 주변 방범 카메라를 확인하는 한편 피해자 등을 상대로 단서 확보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B씨는 ‘가해자들이 러시아인으로 보이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진술하고 있다”며 “미리 현장에 차량을 대기시키는 등 용의주도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