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 사는 대학생 석수경(24)씨는 최근 공항 콘셉트의 카페를 방문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카페에 들어서자 비행기 안내 방송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다. 커피를 주문하자, 카페 직원은 석씨 이름이 적힌 뉴욕행 항공기 탑승권을 발급해줬다. 좌석도 공항 게이트 입구의 대기 의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석씨는 “2019년 이후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 갔는데 진짜 공항에 온 것 같아 마음이 들떴다”고 했다. 카페 사장은 “여권을 들고 와 인증샷을 찍으며 공항 분위기를 만끽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해외여행이 1년 가까이 제한되면서 ‘가짜 비행 체험’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항공사가 외부 판매를 시작한 기내식(機內食)을 집에서 사 먹으며 여행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거나, 해외여행의 설렘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려고 유튜브에서 항공기 기내 소음과 출발·안전벨트 착용 안내 방송을 찾아 듣는 사람들까지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정희훈(33)씨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한 항공사가 출시한 기내식을 집으로 배달시켜 먹었다. 배달된 상자에는 기내에서 주는 파스타와 샐러드, 모닝빵 등이 담겨있었다. 이 기내식은 출시 한 달 만에 1만개가 넘게 팔렸다. 2019년 11월 마지막 해외여행을 갔다는 정씨는 “유튜브로 기내 소음을 틀고, 기내식을 먹으니 진짜 비행기에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비행기에 탑승한 듯한 경험을 주는 전시회와 호텔까지 등장했다. 대학생 김현지(24)씨는 지난달 공항 콘셉트의 전시가 열리는 서울 성동구의 한 미술관을 찾았다. 미술관은 안내 데스크를 공항 접수 창구처럼 꾸몄고, 입장권 대신 모조 비행기 티켓과 작은 여권을 나눠줬다. 기념품점에도 면세(duty free)라는 이름을 붙였다. 서울 중구의 한 호텔은 작년 11월부터 해외여행 콘셉트의 패키지 상품을 팔고 있다. 호텔 체크인을 할 때 항공권처럼 생긴 티켓과 안대, 담요 등을 나눠주고 호텔 곳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공간을 꾸며놓았다. 호텔 관계자는 “해외여행을 그리워하는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며 “목표 대비 130% 이상 판매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