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토토토’

직장인들의 ‘꿈’이라는 ‘주 4일 근무제’가 정치권에서 화제다. 오는 4월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이 주 4일 근무제를 공약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지난 8일 청년 정책 간담회에서 “제가 서울시장이 되면 주 4.5일제를 확립시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주 4.5일제가 청년 일자리 문제와 여성의 삶, 육아·보육 문제 등 여러 복지 문제와 연결돼 있는데 이를 통해 서울시 대전환의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조정훈 시대전환 예비후보는 주 4일제를 핵심 공약으로 삼고 작년 12월부터 ‘주 4일제 톺아보기’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여는 등 적극 홍보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예비후보와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대담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 4일로 근로 시간을 줄여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자고 주장하고 있다. 근무 시간 단축으로 생산성도 높아지고, 일자리 나누기 효과도 있고, 기업의 생산성도 향상된다는 것이다. 조정훈 후보는 1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 나라 기업을 포함해 (주5일제에서 주4일제로 바꾼) 거의 모든 기업의 생산성이 20% 상승한다”면서 “(주 4일제를)고민하는 중소기업, 중견 기업들에게 여러가지 세제 인센티브나 컨설팅을 해드리고 ‘한번 해보십시오’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우리 나라 법정 노동 시간은 1주일 40시간, 1일 8시간이다. 하루 8시간씩 5일을 근무하고 이틀을 쉬는 주 5일제는 2004년 7월 도입됐지만 모든 규모의 기업에 완전히 시행된 것은 2011년이다. 주 5일제가 완전 도입된지 10년 만에 정치권에서 주 4일제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여행업계 등 일부 회사들이 단축 근무를 실시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단축 근무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전부터 직원들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위해 주 4일제를 운영해온 기업들도 있다. 교육기업 에듀윌은 2019년부터 직원들이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 하루를 더 쉬는 주 4일 근무제를 운영한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부터 월요일에 오후에 출근하는 ‘주 4.5일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SK그룹도 2019년 월 2회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외국에서도 주 4일제 실시 기업들은 늘고 있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9년 8월 주 4일제를 도입했다. 대신 하루 근무 시간을 10시간으로 늘려 주 40시간을 유지하고 월급도 유지했다고 한다. 2019년 미국 인사관리협회(SHRM)가 인사담당자 2763명을 설문 조사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기업 32%가 주 40시간, 주 4일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고, 15%는 주 32시간 이하 주 4일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주 32시간 이하 주 4일 근무제의 경우 파트타임에 가까운 업무다.

우리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두번째로 근무 시간이 길 정도로 장시간 근로 현상이 문제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 정부는 주당 최대 근무 시간이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주 52시간제’를 2018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장 후보들의 주 4일 또는 4.5일 근무제 공약은 당장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정 노동 시간을 바꾸는 것은 시장의 권한이 아니라 국회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조정훈 후보도 주 4일제 실행하고 있거나 도입을 원하는 기업들에게 시 예산으로 인센티브를 주고 컨설팅을 해주는 등 재정 지원을 위주로 하는 실행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이상은 중앙 정부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 정부에서 추진하더라도 매우 장기 과제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과거 주 5일제가 완전 시행되는 데도 7년이 걸렸고, 문재인 정부가 주 52 시간제를 급하게 도입해 문제도 많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7월 주 52시간을 대기업, 2021년 1월 50~299인 기업에 적용했고, 올 7월에는 5~49인 기업에 적용한다.

가장 큰 문제는 고정급보다 초과 근무 수당이 임금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근로자들은 근무 시간을 단축하면 임금이 곧장 삭감된다는 점이다. 근무 시간이 줄면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는 일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제에서도 같은 문제점들이 나오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박영선 후보의 ‘주 4.5일제 공약’에 대해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난해 12월 말 기준 청년실업률은 8.1%로 일반실업률의 두 배에 달하고 일자리가 없어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40만 명에 육박한다”면서 “4.5일을 일하기는커녕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없어 당장 생계가 걱정인 그들에게 4.5일제 공약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이것은 분명 청년을 두 번 울리는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것(주 4.5일제)을 실천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설마 서울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 4.5일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아닐 테고 그렇다면 서울시에 소재한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말인가”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