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대교/뉴시스

일산대교는 경기도 서북지역을 하나로 묶어주는 유일한 다리다. 한강 위 총 27개 다리 중 돈을 내야 하는 유일한 다리이기도 하다. 거리는 1.8㎞로 짧지만, 통행료는 1200원이다. 주민들이 일주일 5일 기준으로 왕복 출·퇴근을 한다고 가정하면 매달 약 5만원씩 내야 한다. km당 667원인 셈인데 km당 49원인 일반 고속도로보다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약 8㎞ 멀리 떨어진 김포대교를 이용하자니 20분의 시간을 더 써야 한다. 주민들이 ‘치사해서 돈 내고 만다’는 심정으로 10년 넘게 일산 대교를 이용하다 보니 지역 정가에서 집단 반발에 나섰다. 고양, 김포, 파주 등 각 단체장들이 이달 초 일산대교 앞에서 공동성명문을 냈다. 지역 도의원 20명은 1인 시위 등 릴레이 공론화 활동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일산대교 과도한 통행요금 교정해야 한다”며 “통행료 조정, 일산대교 인수 등 합리적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일산 이산포IC와 김포 걸포IC를 잇는 일산대교./일산대교 주식회사

◇왜 돈 받는 한강다리가 탄생했을까

경기도 김포와 고양·파주는 인구가 약 202만명 정도가 거주한다. 지리적으로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인데 가운데 한강이 관통하다 보니 사실상 분단형태를 보이게 됐다. 일산대교는 정부가 건설비를 부담하는 국가지원지방도로로 계획됐는데 사업 진행 중 1998년 IMF 사태로 국가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자 사업이 보류된다. 이에 경기도는 1호 민자사업으로 수정해 진행했다. 총 사업비가 1784억 원 중에 민간기업이 1480억 원을 부담했다. 기업은 돈을 투자하는 대신 2038년까지 30년 동안 최소 운영수입을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협약 내용은 ‘민자사업자가 예상한 수익을 보장하고자 통행료를 징수한다’ ‘운행수익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에는 경기도가 손실분을 보장한다’ 등이다.

2008년 개통 이후 2009년 국민연금공단이 인수했다. 이후 2010년, 2013년, 2017년 등 세 차례 통행료를 인상했다. 현재 통행료는 경차 600원, 소형(1종) 1200원, 중형(2·3종) 1800원, 대형(4·5종) 2400원 등이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은 “정부 기관이 지역민의 교통 생존권을 담보로 돈을 빼 먹는다”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일산대교 통행료 징수로 경기 서북부 주민들의 교통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 통행료 무료화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산대교 지도 위 위치도. /경기도

◇신도시 개발로 인구팽창…‘돈 넣고 떼돈 버는 다리’

현재의 일산대교는 ‘가만히 앉아 돈 버는 알짜 사업’이란 평가를 받는다. 민경선 경기도의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이 1일 추정통행량이 7만1048대였는데 현재 실제 통행량은 평균 7만2979대를 기록했다. 개통 당시 2만7000대였던 통행량이 작년 하반기부터는 하루 8만대 이용량을 돌파하기도 했다. 2018년 부터는 ‘추정통행량<실제통행량’ 구조가 되다보니 이제부터는 이익만 나오는 구조가 됐다. 이 밖에 사업자가 한해 일산대교 이자수익으로 165억원을 챙겨가고 있다. 이자율만 20%에 달한다.

지난 3일 경기도 김포시 걸포동 일산대교 요금소에서 김포시와 고양시, 파주시가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일산대교는 한강을 가로지르는 27개 교량 중 유일한 유료 교량이다. 사진은 이날 일산대교 요금표의 모습./연합뉴스

일대는 신도시 개발사업으로 인구수가 팽창해 가고 있어 실제 통행량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산대교 남쪽의 인천 검단신도시는 올해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검단 인근에 최근 몇 년 사이 김포 한강신도시가 들어섰다. 일산대교 북쪽에는 3기 신도시 고양 창릉이 앞으로 10년 내 들어선다. 그러다 보니 처음 다리가 만들어질 때보다 실제 이용량이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

경기도는 지난해 ‘일산대교 통행료 인하를 위한 사업 재구조화 방안’을 전문기관에 의뢰해 결과를 받았다. 이를 근거로 사업자와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고양시는 공인 회계법인을 통해 ㈜일산대교의 재무제표 감사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불합리한 수익구조로 발생한 비용을 이용자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분석했다. 민경선 경기도의원은 “사업자에게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도록 잘못 설계됐다”며 “공공기관이 시민의 교통 생존권을 담보로 돈을 버는 구조가 됐으니 문제를 심각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과거 사업을 체결할 당시 경기도가 민자기업에 매우 유리하도록 특혜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달 초 민경선도의원 등 지역의원들이 국민연금공단에 찾아가 시위하는 모습. /민경선 도의원

◇주민들 “경기도가 뿌린 씨앗, 인수 통해 해결하라”

지역 도의원들은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본사에 가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를 주관하는 민경선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이 공공재, 특히 도로나 철도 등에 대해서 투자할 경우에는 과도한 이익확보를 자제하고 공공성을 고려해서 적정 이윤 내에 투자를 시행하라고 강력히 요구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공단측은 경기도의 공식 제안이 없어 만남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다. 일산대교 측도 “도로이용자의 안전과 편익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만 내놓을 뿐 실제 주민 요구에 답이 없는 상태다. 현재까지 나온 대안 중 경기도 인수를 통한 무료화가 가장 합리적이란 평이다. 지역 의원들은 관련 입장문을 낸 상태다. 경기도 관계자는 “예민하고 중요한 사업인 만큼 구체적 대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