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강제 동원된 성노예가 아닌 매춘이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하버드대 총장 측이 “학문의 자유에 포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17일 전했다.
반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하버드대 총장 측 답변 내용에는 논문에 서술된 입장이 학자 본인의 입장일 뿐, 학교 입장에선 ‘학문의 자유’가 최우선이라는 점을 들어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했다”며 “만약 하버드대 총장은 흑인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연구나 독일 나치를 두둔하는 논문을 쓰는 하버드대 교수가 있다면 과연 같은 답변을 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반크가 공개한 하버드대 총장 측 서한에는 “대학 내에서 학문의 자유는 논쟁적인 견해를 표현하는 것을 포함한다”며 “논쟁적인 견해가 우리 사회 다수에 불쾌감을 주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적혀 있다.
반크는 하버드대 총장 측에 다시 한번 항의 서한을 보내면서, 세계 최대 규모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아르지’에 올린 논문 철회 요청 청원에 동의한 96개국 1만 600여 명의 명단도 함께 전달하기로 했다.
앞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는 오는 3월 출간 예정인 학술지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 앤드 이코노믹스’ 제65권에 ‘태평양전쟁에서의 성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 정보 사이트에 실린 초록을 보면, 램지어 교수는 위안부 여성들과 고용주인 위안소가 계약 관계였으며 그 계약의 역학 관계를 살펴보면 양자가 주어진 조건 하에서 상대와 상호작용하며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게임 이론’의 논리가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램지어 교수는 1954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자마자 일본 미야자키현으로 이주해 18세까지 살았고 일본법과 법경제학을 전공했다. 미국 내 일본학 발전과 일본 사회·문화 이해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18년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인 욱일장을 받기도 했다.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성노예로 규정한 국제 사회의 보편적 인식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 ‘고노 담화’와도 배치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강제 성노예(enforced sex slaves)’라고 표현하는 것은 유엔의 권고 사항이다. 지난 1996년 채택된 유엔 인권위원회 보고서에 ‘성노예’라는 표현이 등장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통용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