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의 간판 박철우(36)가 과거 자신을 때린 이상열(55) KB손해보험 감독에 대해 “직접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며 공개 비판했다.
박철우는 18일 OK금융그룹과의 안산 원정 경기에서 3대1로 승리한 후 취재진 인터뷰를 자청했다. 그는 “(이 감독이) 지나가면서 악수를 청할 때 너무 힘들다”며 “감독으로 선임한 구단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모든 스포츠가 페어플레이 정신을 갖고 깨끗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상열 감독은 2009년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 박철우를 구타해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 운영위원으로 배구계에 돌아왔고, 경기대 배구팀 감독을 거쳐 이번 시즌을 앞두고 KB손해보험 감독으로 선임됐다.
최근 프로배구 여자부 이재영·다영(25) 쌍둥이 자매가 학창 시절 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난 후 배구계에 ‘폭투(폭력+미투)’가 이어지자, 이 감독은 지난 17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 앞서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했다. 이 감독은 “지금 당장 누가 나를 욕하지 않더라도, 잘못을 사과하고 조심해야 한다. 인생이 남이 모른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다”며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다. 금전적이든 명예든 뭔가는 빼앗아가지, 좋게 넘어가지 않는다. 인과응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래서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느낌으로 한다. 조금 더 배구계 선배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조심스럽게 얘기하면서 충고를 했지만, 이 감독으로부터 제대로 사과를 받지 않은 박철우는 이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박철우는 이날 경기 전 소셜미디어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박철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KB선수들에게 미안하다”면서도 “인터뷰 기사를 보고 하루 종일 손이 떨렸다. (KB손해보험) 감독이 됐단 얘기를 들었을 때도 힘들었는데 경기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쉽지 않았다. 인터뷰 기사를 보고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철우는 2009년 구타 사건 이후 이 감독이 바뀌길 바랐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감독은 대학 지도자 시절 선수들에게 ‘박철우만 아니었으면 맞았어’란 말을 했단 얘기를 들었다”며 “(이 감독은) 예전부터 유명했다. 경기에 지고 있으면 얼굴이 붉게 변한 선수들이 많았다. 몇몇은 기절하고 고막이 나갔다. 내 친구와 동기들이 겪었다”고 했다. 구타 사건 이후 사죄하는 마음으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는 이 감독의 말을 반박한 것이다. 박철우는 “지금은 사과받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프로배구가 이런 문제로 나쁘게 보이는 게 싫지만 이때 잘못된 것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나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