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시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안면 인식’이 가능한 인공지능(AI) CC(폐쇄회로)TV 시스템을 구축한다. 코로나 확진자의 얼굴을 인식해 자동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공 분야 지능정보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부천시가 이 사업에 지원해 예산 21억7000만원을 확보했다.
부천시는 관내 1만여 대의 CCTV 영상을 바탕으로 코로나 확진자를 식별·추적하는 AI를 연내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AI 기반 CCTV는 대상자의 익명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이동 경로상 동일인인지 여부만을 식별해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신원과 얼굴을 특정해 추적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확진자 정보를 AI에 학습시켜, 방대한 CCTV 영상 속에서 동선(動線)을 추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연령·성별·체형·옷차림, 마스크 착용 여부 같은 정보도 자동 수집한다.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시민이 언제, 어느 곳을 방문했으며 누구와 만났는지 낱낱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부천시는 “코로나 지역사회 감염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한 지능형 역학 시스템”이라는 입장이지만, 시민들 사이에선 “방역을 핑계 삼아 인권(人權)을 깡그리 무시하는 중국식 감시 사회로 가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안면 인식'이 가능한 AI CCTV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는 경기도 부천시는 기존의 코로나 확진자 추적 방식을 고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금은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면, 역학조사관이 CCTV를 일일이 돌려보며 육안으로 동선을 파악하고 접촉자들에게 이 내용을 고지한다. 60분짜리 영상을 분석하는 데 꼬박 30~60분이 걸린다. 하지만 안면 인식 AI를 도입하면, AI가 확진자 얼굴을 학습해 CCTV 영상을 자동 분석하기 때문에 이 시간이 5~10분으로 단축된다는 것이 부천시 설명이다. 기존엔 1명만 추적하던 걸, 최대 10명까지 동시 분석이 가능해 효율성도 10배 이상 높다.
부천은 현재 전국에서 CCTV 구축 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다. 현재 CCTV 8300여 대를 보유하고 있고, 올해 연말까지 이를 1만823대로 늘릴 방침이다. 그럴 경우 가로세로 7m 구역마다 CCTV 1대가 감시하는 촘촘한 감시망을 갖추게 된다. 부천시가 인천과 서울의 중간 지대인 데다, 쿠팡의 물류창고와 각종 산업단지가 있어 유동 인구가 많기 때문이란 것이 시(市)의 설명이다.
부천시의 안면 인식 AI CCTV망 구축 계획에 ‘명백한 인권침해’란 반발이 터져 나온다. 코로나 방역을 명분으로 지자체가 보유한 확진자의 얼굴·신원 등 개인 정보를 AI에 학습시키기 때문이다. 이 AI는 확진자와 그를 스쳐 지나간 이들의 거리가 몇 m였는지까지 파악, 밀접 접촉자들의 신원 추적에도 활용된다. 이를 확장하면 국가가 국민 개개인의 모든 동선을 감시할 수도 있다. 누가 언제, 어떤 옷을 입고, 누구를 만났으며, 어디를 방문했는지 초 단위로 분석된 정보를 정부가 손에 쥐게 되는 ‘빅 브러더’ 사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그런 사회에 가깝다. 국가 전역에 설치한 4억 대 이상의 감시카메라와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 ‘세계 최대 규모의 감시 사회’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파트 현관문·지하철 개찰구 등 곳곳의 안면 인식 장비가 특정인의 동선을 끊임없이 추적하고, 무단 횡단하는 행인의 신원도 파악해 자동으로 벌금을 물린다. 지난 2018년 중국 장시성에서 열린 홍콩 스타 장쉐유의 콘서트장에선 출입구에 설치된 안면 인식 카메라가 관중 5만 명 가운데 경제 범죄로 수배 중이던 한 남성을 정확하게 집어내, 공안이 체포하는 일도 있었다. 중국의 대표 AI 스타트업(초기 창업 기업)들은 인종에 상관없이 0.2초 안에, 98~99%의 정확도로 움직이는 사람의 신분을 확인하는 고도의 기술을 갖추고 있다. 중국은 이런 기술들을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소수 민족 감시와 홍콩 시위대의 신원 파악에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대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도 “코로나 예방은 핑계고 나중에 어떻게 악용할지 모른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사회 통제가 가능하다” “코로나가 끝나도 안면 인식 방어용 마스크를 써야 할 판”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부천시는 코로나 명분으로 구축한 ‘지능형 역학 시스템’을 향후 미아·치매 환자, 5대 강력 범죄자 추적으로 확대 응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부천시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안면은 작년 8월부터 현행법상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민감 정보’로 분류돼 있다. 민감 정보는 개인의 동의를 받거나 법적 근거가 있어야만 수집이 가능하다. 다만 역학조사를 위한 안면 인식 정보 수집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부천시 관계자는 “(안면 인식 CCTV가 수집하는 정보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역학조사의 일부이기에 이동통신사 기지국 정보나 신용카드 내역처럼 개인의 동의가 없어도 수집·이용이 가능하다”며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해 추적 대상자 정보는 익명 처리하고, 개인 정보가 담긴 원본 데이터는 분산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국가 기관이 안면 인식을 통해 개인을 추적하는 것은 사생활·개인 정보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현재 안면 인식 CCTV로 인권침해가 일어나더라도 관련 법 체계가 없어 보상이 어려운 만큼, 이에 대한 법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