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정은(28)씨는 매주 월요일 계란말이 대신 두부가 들어간 컵밥을 먹는다. 일주일에 하루씩 채식(菜食)을 실천하는 ‘요일(曜日) 비건(Vegan·채식주의자)’이기 때문이다. 비건은 고기뿐만 아니라 우유, 달걀 등 동물성 식품도 먹지 않는 적극적 채식주의자를 뜻한다. 최씨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하는 경우도 많아 매끼 채식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웠다”며 “하루 정도 요일을 정해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은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동적(流動的)으로 채식을 한다고 해서 이런 사람들을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flexible과 vegetarian의 합성어)’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완벽한 채식주의자는 아니어도 환경과 동물을 위해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한다”고 말한다. 간호사 최현유(24)씨도 작년부터 ‘일주일에 하루는 무조건 채식한다’는 원칙을 세워 지키고 있다. 최씨는 “누군가로부터 ‘한 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열 명의 비건 지향인이 큰 변화를 만든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보통 ‘공장형 사육 가축이 비윤리적이라’ ‘동물의 생명도 중요해서’와 같은 이유를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환경보호를 이유로 시작하는 사람도 많다. 박태정(25)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가축 사육과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한다”며 “동물권뿐만 아니라 환경을 위해 채식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한국채식연합은 지난해 국내 채식 인구가 150만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채식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자영업자 폐업이 크게 늘었지만 프랜차이즈 샐러드 전문점과 채식 식당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시내 948곳의 채식 식당을 발굴해 온라인에 공개하고, 지난 5일에는 전국 의회 최초로 채식의 날 지정, 채식 음식점 인증제 등을 골자로 하는 ‘채식 조례’까지 통과시켰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도 지난 2월부터 반도체 부문 구내식당에 채식 메뉴를 추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채식 메뉴를 제공하기 전 사내 설문조사를 해보니 이용 의사가 있다는 답변이 51%로, 그렇지 않다는 답변보다 더 많았다”며 “실제 운용해보니 일반식을 주로 먹다가 주 1~2회 정도 샐러드, 과일, 견과류 등 채식 메뉴를 이용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