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제주 4·3 사건 추념사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논란을 부른 가운데,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3종이 4·3 사건 서술에서 무장 폭동 주체였던 ‘남로당(남조선 노동당)’을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가 발표한 ‘4·3 사건 진상 보고서’도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제주도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라고 4·3 사건을 정의했는데, 가장 많은 학교가 채택한 미래엔을 비롯해 금성과 동아 등 3개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는 무장 폭동의 주체로 남로당을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남로당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저지하기 위해 경찰을 무장 공격했고, 5·10 총선거를 방해했다는 내용을 누락하면서 남로당의 폭동과 선동(통일 정부 수립 등)을 감추고, 제주 4·3 사건의 성격을 ‘주민들이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해 단독 선거를 거부한 운동’으로 변질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본지가 정부 검정(檢定)을 통과해 지난해부터 사용되고 있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을 살펴본 결과, 미래엔 한국사 교과서는 제주 4·3 사건을 “1948년 4월 3일 무장대가 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하면서 무장대가 남로당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동아 한국사 교과서도 “제주도 좌익 세력은 단독 선거 저지, 통일 정부 수립을 내세우며 무장 봉기를 일으켰다”며 남로당을 명시하지 않았다. 미래엔과 동아는 남로당 대신 좌익 세력을 무장봉기 주체로 쓴 반면, ‘경찰과 서북 청년회를 동원한 탄압’ 등 우익 단체 명칭은 구체적으로 썼다. 금성 한국사 교과서도 남로당을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