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이모(40)씨는 작년 9월 연간 순수익 4200만원을 내는 집 근처 피자집을 인수하면서 권리금 5000만원을 줬다. 이씨가 알아본 비슷한 조건의 피자집 권리금은 보통 3000만~4000만원이었는데, 웃돈을 준 이유는 바로 ‘리뷰 승계’ 조건 때문이었다. 이씨는 “배달의민족(배민) 평점이 4.8인 데다, 이 가게를 ‘찜한 가게(즐겨찾기)’로 등록한 단골손님이 900명이나 있더라”며 “평점·리뷰를 보니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비싼 돈 주고 인수한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로 인한 ‘배달 전성시대’, 배달앱의 평점·리뷰가 식당의 권리금을 좌우하는 새로운 척도가 되고 있다. 통상 권리금은 연간 순수익, 매장 위치, 설비 등을 합산해서 따진다. 하지만 최근 홀 매출보다 배달 주문 비중이 높아지면서 ‘리뷰 승계’가 중요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가게를 넘기면 주인·주방장이 바뀌는 만큼, 배달앱들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리뷰 승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前) 업주가 쌓은 평점·리뷰를 물려받으면 초기 홍보비를 아낄 수 있어, 인수받는 업주가 미리 동업자로 이름을 올리는 등 편법도 횡행하고 있다.
평점·리뷰가 돈이 되면서 각종 ‘꼼수’들도 생겨나고 있다. 가게를 넘기기 전에 평점·리뷰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게 대표적이다. 전북 전주에 사는 A(27)씨는 지난해 10평 규모의 돈가스·라멘 배달 전문점을 1000만원에 인수해 1년여 만에 4000만원을 받고 넘겼다. 3000만원을 추가로 번 것은 다름 아닌 리뷰 때문이었다. A씨는 리뷰 관리 전문업체에 의뢰해 건당 1만원씩을 내고 평점과 리뷰를 조작해 단기간에 맛집 랭킹 상위에 가게 이름을 올렸다. 결국 평점 4.9, 리뷰 1500여 개를 확보했고 첫 창업을 준비한다는 직장인에게 ‘리뷰 승계’ 조건으로 높은 권리금을 받아 챙겼다.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인과 주방장은 바뀌었는데, 이전 업주의 평점·리뷰로 홍보하는 것은 ‘사기’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배달의민족은 공동사업자 혹은 3개월 이상 근무한 직원이 가게를 이어받을 때만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한다. 그러자 온라인에는 ‘인수받을 가게에 공동명의로 이름을 올리고 30일을 채워라’ ‘3개월 이상 직원으로 근무한 서류를 만들어라’ 등 또 다른 편법이 공유되고 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부상한 평점·리뷰는 상권 위치, 시설과 달리 값을 매길 만한 최소한의 판단 근거조차 없는 무형의 권리금”이라며 “조작 가능성도 있어 양도 과정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