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가게 직원들의 뒤통수와 뺨을 때린 주한 벨기에 대사 아내가 최근 뇌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벨기에 대사관 관계자는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 대사의 아내가 지난주 뇌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며 “처음엔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며칠 전 일반 병실로 옮겼다”고 밝혔다.
대사 아내 A(63)씨는 지난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의류매장에 방문했다가 자신의 옷을 들춰보며 구매 여부를 확인한 직원 등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있다.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 용산경찰서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피해 종업원들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며 “대사 아내에게 지난주 출석요구서를 보냈고 대사관 측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주한 벨기에 대사관 측은 “대사 부인 A씨가 회복되면 경찰 조사에 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벨기에 대사관 측에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향후 경찰 조사 결과를 토대로 그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A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피해자 측은 당시 폭행 장면이 담긴 방범카메라(CCTV) 영상을 공개했다. 뺨을 맞은 피해자 B(34)씨의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A씨는 지난 9일 2시 26분쯤 서울 용산구의 한 의류매장에 들어와 1시간가량 옷을 구경하고 시착해본 뒤 매장을 나갔다. 이때 한 직원이 A씨가 입고 있던 옷을 자사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같은 것이라 판단했고, A씨의 구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문 밖으로 따라나섰다. 피해자 측은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직원이 구매 여부를 알 수 있는 라벨을 확인하기 위해 ‘익스큐즈미’, ‘쏘리’라고 말하며 A씨의 자켓 왼쪽을 들어봤다”며 “손님이 불쾌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최대한 정중하게 물어봤고 미안하다는 의사 표시를 하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해당 옷은 A씨의 것이었다.
하지만 직원의 확인 절차에 화가 난 A씨는 2분 뒤 다시 매장으로 돌아와, 구매 여부를 확인했던 직원의 뒤통수를 치고 이를 말리던 다른 직원 B씨의 왼쪽 뺨을 때렸다.
A씨는 중국에서 태어나 국제기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자 최근의 반중(反中) 감정과 맞물려 네티즌들 사이에선 ‘중국인이 한국인을 무시한 것이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국제법상의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파견된 외교사절과 그 가족은 체포나 구금을 당하지 않는 면책특권 대상이다. 따라서 폭행 혐의가 확인되더라도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