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곽예남·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법원이 각하하자 이 할머니 측을 지원하는 단체에서 항소를 검토할 방침이다.
21일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시민모임)은 “재판부의 손해배상 패소 판결을 규탄하고 피해자 구제를 다툴 것”이라는 취지의 성명서를 냈다. 시민모임은 대구에서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단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민성철)는 이날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재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권면제(국가면제)’ 이론을 들어 청구를 각하했다.
이에 대해 시민모임 측은 재판부가 지난 1월 8일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낸 같은 취지 소송과 반대되는 판결을 내린 점을 비판했다. 중대한 인권 침해의 경우 주권면제론을 제한해 온 타국의 최근 판결과도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시민모임 측은 “전쟁 중 인권침해의 경우 주권면제론을 거부한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판결과 비교해도 우리 사법부는 소극적이며 부당한 판결을 내렸다”면서 “즉시 항소 및 다른 대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와 함께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에 대한 협의를 지속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 측은 “2015년 한일 합의를 통해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을 억누른 것이 이번 판결이 나온 본질”이라며 “개인청구권 협의를 지속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들의 한·일 양국 정부가 피해자 구제를 방치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날 재판 도중에 법원을 나온 이용수 할머니는 취재진에게 “너무나 황당하다”면서 “(위안부 안건은)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간다”고 말했다.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반대되는 판결이 나온만큼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시민모임 측은 “한일 양국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현안을 협의해 피해자들이 살아있는 동안 구제를 서둘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