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 정책을 비롯해 교원 양성, 학제와 학급당 학생 수 등 중장기 핵심 교육 정책을 수립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당정청(黨政靑) 주도로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13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빠진 가운데 안건조정위원회를 열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자 국정 과제다. 지난 4년간 지지부진하다 올해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연내 출범을 공언한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국가교육위 법안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했고, 심사 마감일(5월 19일)을 앞두고 밀어붙인 것이다. 상반기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르면 연말에 출범한다. 국가교육위가 내년 대선 전에 국가교육 발전계획을 내놓으면, 차기 정부가 바꾸기 어렵게 될 전망이다. 교육계에서는 “임기 말 정부가 국가교육위를 통해 교육 정책에 대못을 박으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가교육 발전계획 10년 주기 수립

국민의힘은 “여당 법안은 임기 말 정권 입맛대로 국가교육위를 구성해 교육 정책 알박기를 하려는 것”이라며 국가교육위를 심의·의결이 아닌 자문위로 두는 법안을 정경희 의원이 발의했지만 반영되지 못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국가교육위원회를 초정권적인 독립적 기구로 설치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한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야당을 철저히 배제하고 공수처 만들듯 기습적으로 밀어붙이는 입법 폭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가 입수한 법률안에 따르면, 국가교육위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 출범한다. 소관 사무는 대학입학정책·교원정책·학제 등 중장기 교육 정책을 포함한 국가교육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또 국가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 수립, 교육 정책에 관한 국민 의견 수렴·조정 등도 맡도록 규정돼 있다. 사실상 교육부 위에 교육 정책의 사령탑이 추가로 설치되는 셈이다. 특히 국가교육 발전계획은 10년 주기로 수립하도록 해 국가교육위가 내년에 계획을 내놓으면 차기 정부가 출범해도 바꾸기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국가교육위가 정권을 초월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중장기 교육 정책을 수립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 ‘교육 정책 대못 박기’ 수단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의 정책 거수기로 전락할 것”

국가교육위 위원은 총 21명으로 임기 3년에 1회 연임이 가능하다. 국회 추천 9명, 대통령 지명 5명, 교원단체 추천 2명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학교육협의회·시도지사협의회가 각각 1명씩 추천하고 교육부 차관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당연직 위원이다. 위원장도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 지명 위원, 여당 추천 위원, 교육부 차관, 전교조 추천 위원, 전교조 출신인 현 교육감협의회 회장 등 정부·여당 측 인사가 과반에 이르는 구조다. 한국교총은 “국가교육위가 친정부 인사 중심의 ‘정책 거수기’로 전락할 우려가 커 반대한다”며 “정파와 이념을 초월한 교육 정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권의 교육 정책 대못 박기에 절차적 정당성만 부여해 정치적 중립성이 문제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또 “2022년 교육과정 개정을 둘러싼 교육이념과 방향 등도 이번 정부가 꾸릴 국가교육위원회 주도로 이뤄져 혼란만 더하게 될 것”이라며 “일방·편향적으로 설립되는 국가교육위라면 차라리 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민주주의의 기본은 선거를 통한 정책 결정권자의 교체인데, 임기 말 정부가 차기 정부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공정과도 맞지 않는다”며 “기초학력 하락을 방치하고도 교육의 책무성은 무시하는 반민주적 교육 독재가 심화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