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에서 4세, 5세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서윤희(44)씨는 아이들과 매주 두 차례씩 ‘마스크 미술’ 시간을 갖는다. 도화지 대신 마스크에 고양이, 토끼, 로봇과 같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렇게 직접 그림 그린 마스크를 쓰고 아이들은 유치원에 간다. 서씨는 “하루 종일 마스크를 달고 사는 아이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마스크를 꾸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얼굴의 절반가량을 가리는 마스크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려는 것이다.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에 따르면, 마스크용 스티커 등 ‘마스크 액세서리’ 품목의 4월 매출액은 1월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달 결혼한 김수환(29)씨는 예식 답례품으로 ‘빨간색 하트 모양의 부직포 스티커’를 준비했다. 가로·세로 4㎝ 크기의 이 부직포를 예식 전 하객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면서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마스크에 붙이도록 한 것이다. 김씨는 “결혼식을 더 재밌게 하기 위해 동생이 낸 아이디어인데, 가족과 친척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대학생 홍은지(22)씨는 껌을 사면 나오는 만화 캐릭터 판박이 스티커를 마스크에 붙이고 다닌다. 소셜미디어에서 다른 사람들이 ‘스티커·판박이’로 꾸민 마스크 인증을 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시작했다. 홍씨는 “날씨에 맞춰서 비 오는 날엔 화난 표정, 흐린 날에는 시무룩한 표정 등 다양한 판박이를 붙인다”고 했다.

충북 청주에 사는 우윤정(31)씨는 ‘마스크 목걸이’를 직접 만들어서 쓴다. 낙하산 등에 사용되는 ‘파라코드’ 끈이 주재료다. 우씨는 “빨강·초록·파랑 등 여러 색깔이 섞인 끈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 시중에 없는 나만의 줄을 만든다”며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요양원에도 보낸다”고 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시민들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개성 표현 방법과 재미 수단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