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네일숍에는 ‘오마카세 네일’이란 메뉴가 벽에 걸려 있었다. 10만원을 내면 사장이 알아서 손톱을 손질해주고 각양각색의 디자인으로 꾸며주는 ‘사장 마음대로’ 메뉴다. 2~3주에 한 번씩 오마카세 메뉴를 이용한다는 직장인 성모(28)씨는 “손톱을 자주 관리하는 편인데, 매번 수많은 디자인 중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되다 보니 점점 알아서 해주는 걸 찾게 된다”고 했다.
초밥집 등 일식당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오마카세’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일본어 오마카세(お任せ)는 ‘맡기다’란 뜻으로, 보통 요리사가 알아서 음식을 내준다는 의미로 쓰인다. 최근엔 한우의 다양한 부위를 조금씩 구워 내주는 ‘한우 오마카세’, 다양한 소스와 면(麵)을 조합해서 내는 ‘파스타 오마카세’, 원산지가 다른 서너 종류의 원두커피와 아이스크림·케이크 등을 내주는 ‘커피 오마카세’ 등으로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중식집은 메뉴가 정해진 기존 ‘코스요리’와 달리, 날마다 다른 코스 메뉴를 내놓는 ‘중식 오마카세’를 운영 중이다. 한우·디저트 오마카세 가게에 종종 들른다는 직장인 신모(26)씨는 “단품보다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다양한 음식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게 오마카세의 매력”이라며 “좋아하는 종류의 음식이지만 각 메뉴에 대해선 세세히 몰라 전문가에게 맡기고 있다”고 했다.
오마카세의 인기는 음식도 넘어섰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꽃집은 최근 ‘꽃 오마카세’란 메뉴를 만들었다. 사장이 그 계절에 피면서, 그날 가장 신선한 꽃 위주로 손님과 특정 상황에 어울릴 만한 꽃다발을 디자인해주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의 한 미용실은 ‘헤어 오마카세’란 메뉴를 운영 중이다. 모발·두피 상태, 얼굴형, 피부색 등 손님 개개인의 특징을 파악해 가장 어울릴 법한 커트·염색·펌 등을 해주는 맞춤형 서비스다. 이 미용실 민광기 실장은 “‘알아서 대충 잘라달라'는 주문과는 달리 ‘스타일링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단골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중의 문화적 취향은 다양해지는데, 각 분야는 갈수록 고급·전문화되다 보니 비전문가인 개인이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로 인해 전문가에게 믿고 맡기는 현상이 확산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