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행복, 11시부터 18시까지 공부도 노래도 무한 제공”
7일 오전 서울 관악구의 한 코인노래방에는 이런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가게 사장 A씨가 ‘코로나 불황’을 견디다 못해 지난 1월 만든 것이다. 1만원만 내면 7시간 동안 방을 빌려주고, 필요하면 책상도 갖다준다. 30개 방 중 절반에는 노트북, 스마트폰 등 여러 개의 충전기를 꽂을 수 있는 멀티탭도 설치했다. A씨는 “코인노래방은 밤 8시부터 본격적인 장사라, 낮에 전기료라도 벌어보려고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매출이 급락한 자영업자들이 생계를 이어갈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영업정지로 직격탄을 맞은 유흥·단란주점 중에는 점심시간 직장인들을 상대로 수면(睡眠) 공간과 커피 등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서울 직장가 인근에서 단란주점을 운영하는 사장 이모(30)씨는 “집합금지 이후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 커피를 팔고 있다”며 “오늘도 혼자 혹은 두세명씩 와서 커피를 시키고 방에 들어가 자는 손님들이 있다”고 했다. 집합금지 시설을 어떤 형태로든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다. 적발 시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의 한 유흥주점 사장 B씨는 “코로나로 손해가 너무 막심해 지난 4월부터 점심에 커피를 판다”며 “단속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지금 살던 집까지 빼서 관리비 내는 판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했다.
다른 자영업자에게 가게를 빌려주는 경우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호프집 사장 김모(45)씨는 점심 시간에 한 한식 뷔페 업체에 홀과 주방을 내준다. 김씨는 “주방을 공유하는 게 편하지만은 않지만, 낮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벌어 월세에 보태려고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고 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피해를 줄여보기 위해 자영업자들이 가게 공간을 공유하고, 투잡·스리잡을 뛰기도 하지만 이런 것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이들이 최소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집합금지 등 방역 지침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