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인 15일, 광화문·서울역 등 도심 일부 지역에는 이른바 ‘재인산성’ 차벽(車壁)이 또 등장했다. 경찰은 버스로 차벽을 세우는 동시에 아침부터 통행자 검문에 나섰다. 경찰은 이날 186개 부대, 경력 1만 여명과 경찰 버스 543대를 동원했다고 밝혔다.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는 경찰이 펜스를 이용해 약 2m 폭의 통행로를 만들어 지나가는 시민들의 행선지를 묻거나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 지하철 광화문역은 세종문화회관으로 이어지는 1번과 8번 출구를 제외한 모든 출입구가 봉쇄됐다. 이날 출근을 위해 지하철을 이용한 이모(27) 씨는 “5번 출구로 나가야 하는데 길이 막혀있어 예정보다 늦어질 것 같다”며 “사전에 제대로 된 안내도 없었다”고 했다.
1인 시위를 위해 광화문역을 찾은 이들과 경찰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전 10시 50분쯤, 가방에 15cm 길이의 태극기를 꽂은 한 여성이 광화문역 8번 출구로 나오자 경찰 2명이 방패로 저지하며 행선지를 물었다. 여성이 “어디로 가든 내 맘인데 왜 막냐”며 항의하자, 경찰들은 “안내를 위해 그런 것”이라 해명하며 보내주기도 했다. 박모(36) 씨는 “휴일에 날이 좋아 가족들과 나들이를 나왔는데, 경찰이 일일이 행선지를 확인하는 등 위화감이 조성돼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서울역파출소 앞에는 길이 약 200m의 펜스가 길게 이어졌다. 경찰은 통행로를 만들어 출입하는 시민들을 검문하고 가방 내용물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서울역 광장 임시선별검사소를 이용하려는 시민들도 불편을 겪었다. 서울 용산구 주민 김모(73)씨는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경찰들이 가방을 열어보라고 해 불쾌했다”며 “무슨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이렇게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영수(70) 씨는 “가방 열어봤는데 위험한 거 없으면 어떡할거냐”며 경찰에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제 구역으로 출입하는 시민들에 대해 행선지를 묻고,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며 “특히 시위를 할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은 통행을 제지하거나 동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