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치솟는데, 대출까지 틀어막으면 젊은 세대는 사다리가 아예 사라지는 것 아닌가요?”

금융 당국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年俸) 이하’로 낮추라고 권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2030세대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與信) 담당자들과의 회의에서 금감원은 ‘마이너스 통장(마통) 등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하로 관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쉽게 말해 연봉이 6000만원인 직장인은 1억원짜리 ‘마통’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한도는 연 소득의 1.5~2배 수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2030세대의 소득 대비 대출이 늘어나고 있고, 신용대출도 비대면 형식으로 간편해지는 등 위험이 커져 은행들에 ‘한도 검토’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가계 대출의 허리띠를 졸라매자 연봉은 적지만 결혼, 주택 마련 등의 이유로 목돈이 필요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집값은 못 잡고 서민만 잡는다” “사채 시장으로 빠지라는 얘기냐” 등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1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집값이 치솟으면서 ‘내 집 마련’이 요원해지자 2030 중에는 마이너스 통장, 신용대출 등을 이용해 공모주 청약, 코인(가상 화폐) 투자와 같은 재테크에 매달려 온 이들도 많다.

연봉이 5000만원대인 직장인 유모(27)씨는 “내년 말 결혼을 앞두고 대출받아 집을 사려고 한도 4000만원짜리 마통을 만들어둔 상태였다”며 “은행에서 한도를 7000만원까지 늘릴 수 있다고 해서 집 살 때 활용하려고 했는데, 주택담보대출도 막고 이것까지 막아버리니 정말 답이 없다”고 했다.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3000만원을 주식 투자에 활용해왔다는 6년 차 직장인 강모(31)씨는 “모아둔 돈이 모자란 사회 초년생들은 내 집 마련은 진작에 포기했다”며 “정부가 왜 자기 신용으로 투자하는 것까지 나서서 막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학원생 조모(26)씨는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2030에게 떠넘기는 것 같다”며 “젊은 세대 입장에선 사다리 걷어차기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신용대출이 해외에 비해 느슨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대출은 금융기관들이 개인의 자산, 소득 등을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한국은 당국이 시키는 대로 하는 관행이 있어 이번 권고도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신용대출을 연봉 수준으로 낮추면 과거 소득이 낮은 2030이 가장 불리할 수밖에 없는 만큼 상한을 정할 때 미래 소득을 고려하는 등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