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의혹을 조사해온 부산대가 24일 조씨에 대해 입학 취소 결정을 내렸다.
부산대는 24일 오후 대학본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씨에 대한 입학전형 공정관리위원회의 조사와 대학본부의 최종 검토를 거쳐 조씨 입학을 취소하는 예정 처분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예정 처분 결정은 행정 처분과는 다른 사전 절차로, 부산대는 조씨의 청문 과정을 거쳐 최종 행정 처분을 내리는데 3개월쯤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홍원 부산대 부총장은 이날 “2015년 의전원 신입생 모집요강에는 제출 서류의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를 경우 불합격 처리를 하게 돼 있다”며 이를 근거로 입학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부총장은 “공정위는 동양대 표창장과 입학서류에 기재한 경력이 주요 합격 요인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으나 대학본부가 입학 취소 여부를 판단할 때 지원자의 제출서류가 합격에 미친 영향력 여부는 고려사항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부산대가 조씨의 입학을 취소하면서 의사 면허도 무효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행 의료법 제5조는 ‘의대·의전원 졸업자’여야 의사 면허 취득 자격이 생긴다고 규정한다. 조씨는 지난 1월 의사 국가고시에 최종 합격한 후 2월부터 인턴으로 근무중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상 의사는 병행 조건으로 의학사나 석·박사 등 학위가 있어야 한다”며 “학위가 사라지면 면허는 취소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대학의 최종 처분이 전달되면 법리 검토를 거쳐 조씨의 의사 자격에 대한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부산대 공정위는 지난 4월부터 약 4개월간 조씨의 입학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조사해 왔다. 2015학년도 입학전형에 대해 자체조사를 한 뒤, 지난 18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의견을 모아 19일 대학본부에 전달했다.
당초 부산대는 “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오면 조씨의 입학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조씨의 입시 의혹 조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3월 24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부산대가 학내 입시비리 의혹을 조사하고 일련의 조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하자 위원회를 꾸려 신속하게 결론을 내겠다고 교육부에 전달했다.
부산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데는 법원 판단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 조사가 진행중이던 지난 11일 조씨의 모친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2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정 교수의 입시 비리 범죄는 조씨의 2010년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입학, 2015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한 ‘허위 스펙 만들기’로 요약된다.
1심 재판부는 정 교수가 부산대 의전원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을 인정하면서 “딸 조민이 동양대 표창장을 (부산대에) 제출하지 않았다면 낮은 점수를 받아 서류 평가 또는 2단계 평가에서 탈락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2심 역시 정 교수가 딸의 입시를 위해 허위 서류를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씨의 입시에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 △동양대 총장 표창장 △단국대 의과대학연구소 인턴확인서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 인턴확인서 △아쿠아펠리스호텔 실습 ·인턴확인서 △동양대 어학교육원 보조연구원 경력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확인서 등 이른바 ‘7대 스펙’을 활용했고, 이 서류는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 모두 검찰이 제시한 이 ‘7대 스펙’이 모두 허위로 조작된 서류로 판단했다.
조씨의 면허가 취소될 경우 조씨는 부산대 결정에 불복해 소송도 할 수 있다. 부산대가 국립대이므로 조씨는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조씨가 부산대의 입학취소 결정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효력정지가처분 결정을 받으면,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의사자격을 유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