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를 교환하기로 했다. 현재 송현동 부지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가족이 국가에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을 전시할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설 유력 후보지다.
경복궁 인근에 있는 송현동 부지는 옛 주한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가 있었던 곳으로, 약 20년간 방치됐다가 2008년 대한항공이 사들였다. 작년 2월 경영난을 겪던 대한항공이 이 땅을 민간에 매각하려 했지만,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일대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을 밝히면서 매각 작업이 중단돼 양측이 갈등을 빚었다.
서울시는 26일 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땅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서 서울시에 넘기고, LH는 대신 서울시가 보유한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 일부를 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갖게 될 3만7000여㎡ 송현동 부지에 대해 감정평가를 한 뒤, 의료원 남측 부지 중 그 가치에 상응하는 만큼 LH가 갖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다음 달 14일 열리는 시 공유재산심의회에 이 안건을 올릴 계획이다.
LH는 서울시로부터 땅을 받으면 아파트나 다세대·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을 짓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강남구와 정부가 이 일대에 공공주택을 짓는 문제를 두고 갈등하고 있어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작년 8·4 대책 당시 옛 서울의료원 부지 중 북측에 공공주택 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강남구는 이 일대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개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8·4 대책의 3000가구 공공주택도 주민들이 반발하는데, 남측 부지에 추가로 공동주택이 들어오는 것은 안 된다”며 “정부가 3000가구 공급 계획을 철회하면 남측 부지에 공동주택을 짓는 것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